[세계 평화의 날 특별 기고] 연대하지 않으면 평화는 올 수 없다
9월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평화의 날’이다. ‘인종 차별을 끝내고 평화를 다지자’는 올해 세계 평화의 날 주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 대회에 특별한 울림을 준다. 올림픽의 근본은 평화로운 스포츠 경기를 통해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사명에서 평화는 핵심 그 자체다.
올림픽 대회에서 선수들은 세상을 분열시키는 서로 간의 다름을 뛰어넘음으로써 사명을 구현한다.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영예를 주는 상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동시에 올림픽 선수촌에서 한 지붕 아래 함께 생활하며 평화롭게 지낸다. 이로써 올림픽은 평화를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 된다.
평화는 다름을 뛰어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모든 이들이 함께 번영을 누리며 동등한 대우를 받고 인종 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이 사라지는 것, 즉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평화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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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는 수많은 실존 위기 직면
올림픽 헌장에 차별 금지 명시
‘더 나은 세상’ 만드는 게 평화
」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올림픽을 부활함으로써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기초를 닦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서로 다른 인종을 갈라놓는 편견이 모두 사라지기 전까지 우리에게 평화는 올 수 없다.”
그렇기에 IOC와 올림픽 유전자에는 차별 금지가 새겨져 있다. 올림픽에서 모든 사람은 인종, 사회적 배경, 성별, 성적 지향, 정치적 신념과 무관하게 모두 평등하다. 차별 금지라는 대원칙은 올림픽 헌장에 명시돼 있다. 올림픽 기간 선수들은 이 원칙을 따르고 실현함으로써 전 세계 수십억 인류에 영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고도 지속할 평화를 다지기 위해서는 차별 금지의 원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서로를 지지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연대를 통해 함께 일어나야 한다. 연대하지 않으면 평화는 올 수 없다. 연대는 올림픽 대회의 심장에 새겨져 있다. 그렇기에 IOC는 전체 수익 중 90%를 전 세계 선수와 스포츠 발전 지원을 위해 재투자하고 있다.
IOC는 연대에 대한 의지에 힘입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난민 올림픽팀’을 창설했고, 2020 도쿄 올림픽에 또 한 번 난민 올림픽팀을 만들었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난민 선수들은 다른 국가올림픽위원회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전 세계 모든 난민에게 희망과 포용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
IOC는 스포츠를 통해 서로를 잇는 다리가 돼 이해와 평화, 화해의 문을 열어왔다. 최근 몇 년 동안 남북한과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세르비아·코소보·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란 같은 여러 분쟁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인류는 수많은 실존의 위기를 동시다발적으로 겪고 있다. 이럴 때 평화와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다. 물론 올림픽 대회가 전쟁이나 분쟁을 막을 수는 없다. 전 세계의 모든 정치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하지만 모두가 동일한 규칙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세상의 모범을 보여줄 수는 있다.
세계 질서가 새롭게 쓰이고 있다. 우리는 재편되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더 분열을 일으킬 것을 이미 확인하고 있다. 이런 불행한 추세는 평화로운 경쟁을 통해 세계가 하나가 되기를 염원하는 올림픽 사명과 정확히 대치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대립과 반목의 시대에 인류 공동체의 유대감을 갖고자 하는 것이 우리만의 바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간절히 평화를 바란다. IOC는 선한 의지를 지닌 모든 이들과 함께 평화로운 경쟁으로 전 세계를 통합함으로써 평화에 다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평화롭게 하나가 된다는 사명에 헌신하기 위해 IOC는 최근 올림픽 모토를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 다 함께’로 새롭게 개편했다. ‘다 함께’라는 단어는 각 개인과 공동체, 인류 전체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다 함께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이번 세계 평화의 날에 연대와 평화를 담은 올림픽 정신을 통해 나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전 세계 수억 명의 관중 앞에서 외쳤던 간절한 호소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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