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 뉴욕서 회담할 듯..바이든과는 약식회동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제77차 유엔 총회가 진행 중인 미국 뉴욕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1일(이하 현지시간) “한ㆍ일 정상 회담은 진전된 상황이 나오는 대로 바로 설명해 드리겠다”면서도 “그간 추가로 입장 밝히지 않았던 대통령실의 입장은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한ㆍ일이 정상이 만난다고 발표했던 그 입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지에선 양 정상이 만나는 시간으로 점심 무렵이 거론된다. 이날 저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리셉션을 제외하곤 양 정상이 조우하는 자리가 없다. 이 때문에 한ㆍ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풀어사이드(pull asideㆍ약식 회동)가 아닌, 정식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ㆍ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이 열렸던 중국 청두(成都)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회담한 지 2년 9개월 만이다.
앞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6월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렸던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국왕 주최 환영 갈라 만찬을 시작으로 AP4(한국ㆍ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 정상회담, 한ㆍ미ㆍ일 정상회담, 나토 동맹국ㆍ회원국 정상회의, AP4 및 나토 사무총장 기념촬영 등에서 5차례 조우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기시다 총리에 대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파트너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회담이 열리더라도 양국 정상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취임 직후부터 한ㆍ일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친 윤 대통령으로서는 기시다 총리와 만나 그 첫 단추를 끼우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게 내부 평가다. 대통령실에서 “흔쾌히 합의했다”고 밝힌 뒤 일본에서 정상회담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개최 여부를 놓고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양 정상이 마주 앉은 것이 양국 관계 개선의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것이다.
앞선 19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뉴욕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55분간 만나 양국의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비롯한 북핵 문제,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 등의 이슈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정부가 국내 전문가들과 민관협의회를 통해 검토한 민간 재원 조성 방안 등을 설명했다. 북한의 핵 무력 정책 법제화와 관련해선 한ㆍ일, 한ㆍ미ㆍ일 사이의 협력과 상호 관계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따로 만날 가능성이 있다. 갑작스러운 영국 여왕 국장(國葬)과 미국 국내 정치 상황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뉴욕이 아닌 워싱턴에 머물면서 양자 회담을 할 수 있는 날짜가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이날 오후 뉴욕에서 개최하는 리셉션 참석을 계기로 양 정상이 수 분 동안 따로 만나는 풀어사이드 방식이 거론된다.
양 정상이 만나게 되면 윤 대통령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에 대한 국내 경제계의 우려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최소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미국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와는 별도로,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숄츠 총리와는 나토 정상회의 때 인사를 나눈 적이 있지만, 정식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라며 “두 정상은 양국 관계 발전 방안과 공급망 등 경제 안보 이슈를 심도있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욕=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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