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미착용女' 의문사 항의시위 확산

한 여성의 죽음이 불 지핀 분노
당국 "폭력 없었다" 해명 불신이 원인
강경통치 정권 향한 저항으로 확산

지난 13일 이란 테헤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20대 여성이 16일 경찰 조사 중 숨지자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20대 여성이 의문사한 사건에 대해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이슬람식 강경 통치와 억압에 지친 이란인들의 분노가 표출되면서 이번 시위가 이란 정권을 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란 15개 도시에서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17일 시위가 촉발한 쿠르디스탄은 물론 수도 테헤란, 시라즈, 케르만샤, 하마단, 타브리즈 등 주요 도시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시위대의 사망과 부상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인권단체 헹가우는 시위에서 6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45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스마일 자레이 쿠샤 쿠르디스탄주 주지사는 "최근 벌어진 시위로 3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이들의 죽음은 모두 적들의 음모"라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이날까지 이란 전역에서 최소 1000여명의 시위대가 체포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 19일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복장 규정 위반으로 구금됐던 여성이 숨진 것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마흐사 아미니가 지난 13일 이란 테헤란에서 히잡(얼굴을 제외한 머리와 목 등 상반신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복장)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에 체포되면서 촉발됐다. 이슬람권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외출 시 여성이 무조건 히잡을 쓰는 곳은 이란이 유일하다. 그녀는 체포 3일 후인 16일 혼수상태에 빠진 후 숨졌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고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으나,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녀가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사진은 소셜미디어에서 활발히 공유되며 경찰의 가혹행위 의혹을 키웠다. 가디언은 젊은 여성의 죽음으로 이처럼 광범위한 저항이 일어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2009년 이후 10여 년 사이 여성 및 반대세력에 대한 억압과 통제가 증가했다. 지난해 집권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강경한 시아파 해석에 근거해 지도 순찰대의 권한을 확대해왔다. 이란은 1979년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혁명(이란혁명) 이후 교육권, 참정권을 비롯한 여성의 권리를 제한했으며 공공장소에서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을 의무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