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는 안다..부자들은 어디에 돈을 쓰나

박수호, 나건웅 2022. 9. 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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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건강·스포츠 관심..경제지 선호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남성이 80%

슈퍼리치,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혹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화려하게 사는 이들을 떠올릴 수도, 아니면 돈은 밝히지만 소비는 철저히 제한하는 자린고비를 생각할 수도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 플랫폼 ‘와이더플래닛’과 손잡고 부자들의 실제 소비 패턴과 관심사를 분석해봤다. 환상 속에 가려진 부자 이미지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형상으로 뽑아내기 위해서다. 코스닥 상장사인 와이더플래닛은 국내 약 4300만명에 달하는 소비 성향 빅데이터를 보유한 기업. 모바일 ID와 쿠키 데이터, 카드결제 데이터를 종합해 소비자 기호와 관심사를 분석한다.

먼저, 와이더플래닛의 자체 분석 툴을 활용해 ‘소득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집단을 추렸다. 이후 이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어떻게 소비하는지, 상대적으로 자주 접속하는 앱과 웹사이트는 뭔지, 그들이 최근 자주 검색한 키워드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와이더플래닛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고소득자와의 인터뷰 등 현장 취재를 더해 최근 부자들의 소비 트렌드를 퍼즐 조각 맞추듯 정리했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1억원 이상 고소득자들은 스포츠센터, 레포츠센터, 골프 등 체육활동 소비 성향이 강하다. 사진은 서울 잠실 안다르 스튜디오 필라테스에서 수강생들이 그룹 레슨을 받고 있는 모습. (안다르 제공)

▶1억원 이상 고소득자는 누구?

▷50대 서울 사는 남성이 주류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주로 방문하는 온라인 사이트는 종합 포털과 경제 신문.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소비를 더 선호.’

와이더플래닛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1억원 이상 고소득자의 전형이다. 최근 3개월 사이 이들의 온라인 방문 데이터와 결제 행태를 분석해본 결과다. 이들은 서울(42.1%)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고 뒤를 이어 경기(28.3%), 부산(3.99%), 인천(3.71%), 경남(2.71%) 순이다. 남성이 81%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연령대는 50대가 약 44%, 40대가 26%, 60대가 20%대로 사실상 3등분 구도다.

이는 국내 평균 소득 수준인 3000만~4000만원 구간과는 다른 양상이다. 3000만~4000만원 구간 지역 분포를 살펴보면 고소득자와 달리 경기(26.86%)가 서울(22.73%)보다 많다. 또 남성(42%)보다 여성(58%)이 더 많고 연령대도 40대(50.13%)가 주를 이룬다. 1억원 이상에서 가장 비중이 큰 연령대였던 50대 비중은 11.49%에 그쳤다.

고소득자의 주요 정보 취득 경로는 ‘종합 포털 사이트’와 ‘경제 신문’이다. 온라인 웹사이트 방문량을 와이더플래닛 자체 분석 지수로 나타낸 결과 종합 포털 사이트는 0.39, 경제 신문은 0.37이다. 예컨대 1억원 이상 고소득자들이 하루에 종합 포털을 39번 방문한다고 하면 경제 신문에는 37번 접속한다는 의미다. 뒤를 이어 스포츠 신문(0.29), 종합 일간지(0.29), 종합 인터넷 신문(0.28) 순으로 나타났다.

▶쓸 건 쓰고, 아낄 건 아낀다

▷해외여행·재테크·소셜커머스 앱 많아

‘비싼 걸 사는 데 주저하지 않고 매일 호텔,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 먹을 것 같다.’

일반인이 흔히 떠올리는 부자의 모습이다. 실제로도 과연 그럴까. 빅데이터로 소득 1억원 이상 사람들의 소비 행태를 분석해보니, 일반적인 상상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의외로 아닌 부분도 꽤 있다.

일단 ‘부자라면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되는 면은 그들의 온오프라인 행태에 그대로 잡힌다. 실제 소비 부문에서 ‘특급 호텔’이 전체 평균 대비 빈도가 높다. 일반인보다 6.22배 결제·구매가 더 많았다. 여기까지는 일반 속설에 부합한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소 특이한 양상도 포착된다. 잘 알려진 특급호텔을 지향할 듯하지만 부자들은 의외로 ‘기타 숙박’, 즉 남들이 잘 모르지만 고급스러운 곳을 선호한다는 트렌드가 잡힌다. 풀빌라, 골프텔 등 서비스나 시설이 좋으면서도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곳이다. 고소득자 숙박 소비는 평균보다 11.41배 많은 수준으로 모든 소비 항목 중 평균 대비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해외여행·출장 계획을 잡거나 실제 단행하는 비율도 월등히 높았다. 해외여행 시 꼭 필요한 앱을 훨씬 많이 이용했다. ‘항공대란’ 여파가 반영된 듯 전 세계 항공권을 검색할 수 있는 ‘스카이스캐너’ 같은 앱, 또 ‘구글 번역’ ‘파파고 번역’ 등 번역 앱 이용 빈도가 전체 평균 대비 월등히 높았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일반인보다 자산관리 앱이나 은행, 증권 앱을 수시로 드나든다. 여기에 더해 해외 주식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인베스팅닷컴’ 같은 자산 분석 앱 역시 사용 빈도가 높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재테크 방식을 선호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부자들은 돈을 펑펑 쓸 것 같지만, 의외로 어떤 부분에서는 ‘아낄 건 아끼는’ 소비 행태도 감지된다. 특히 최저가 등 할인을 많이 해주는 ‘소셜커머스 앱’에 고소득자가 실제로는 더 많이 드나들었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내용이다. 쿠팡, 티몬, 쇼킹딜 등 이커머스 앱 사용량이 타 소득군 대비 높다는 사실 또한 특기할 만하다. ‘이마트몰’ ‘노브랜드’ 같은 상대적으로 저가 쇼핑몰 검색량도 많다.

또 다른 특이점은 ‘온라인 활동’을 상대적으로 적게 한다는 점이다. 데이터 분석 결과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 방문보다는 오프라인 방문과 소비에서 훨씬 활발한 양상을 보였다. 그나마 요즘 유행하는 ‘명품 쇼핑몰’ 접속이 다른 앱에 비해 높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전체 평균과 비교하면 15% 수준이다.

온라인 방문이 적은 대신 소비는 훨씬 활발하다. 앞서 언급한 숙박(11.41배)을 비롯해 스포츠센터(9.27배), 의료기기·건강진단(8.46배), 실외골프장(8.17배)에서 특히 결제·구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조사했나

소득 1억원 이상 ID 133만개 추려내

와이더플래닛이 보유한 비식별 아이디 약 30억개를 기반으로, 최근 3개월 동안 소비 행태가 ‘소득 수준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아이디 약 133만개를 추려냈다.

와이더플래닛의 빅데이터 분석 전문 자회사 ‘TG360’이 운영하는 분석 플랫폼 ‘몰레큘(Molecule)’을 활용하면 소득 수준을 비롯해 성별, 연령대, 최근 검색어, 관심사 등 여러 기준에 부합하는 표본 집단을 추출해낼 수 있다. 이번에는 1억원 이상 집단이 어떤 앱을 즐겨 쓰고 어떤 웹사이트에 주로 방문하는지, 또 어떤 검색어를 자주 검색하는지 살폈다. 조사 기간은 6월 16일부터 9월 13일까지, 90일이다.

와이더플래닛은 2010년 설립 이래 지난 12년간 비식별 데이터를 구매·수집해왔다. 기본적으로 구글 운영체제를 이용하는 모바일 기기마다 심어져 있는 고유 아이디인 ‘ADID’, 애플 기기 고유 아이디인 ‘IDFA’, 그리고 웹사이트 접속 기록인 ‘쿠키 데이터’를 추적한다. 수많은 대기업과 금융사, 커머스, 언론사 등과 데이터 제휴를 맺은 덕분이다. 금융사 제휴 덕분에 소득·결제 데이터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여타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과 다른 점이다.

와이더플래닛이 관리하는 모든 데이터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비식별 데이터’다. 덕분에 와이더플래닛이 추출한 표본 집단은 어디까지나 ‘추론’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여성이더라도 남성과 비슷한 소비 행태와 앱·웹 방문 기록을 보유한 아이디라면 남성으로 추정한다.

구교식 와이더플래닛 대표는 “광고·마케팅에서 해당 소비자의 실제 연령과 성별, 소득 수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70대 남성 노인이라고 해도 여성 의류 사이트나 여성 커뮤니티에 자주 접속하고 핸드백 소비를 즐기는 행태가 포착되면 ‘30대 여성’으로 봐도 무방하다.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분석 덕분에 정확도는 8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호 기자,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6호 (2022.09.21~2022.09.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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