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번 나가봐야지" 아내의 말이 약 됐다
“포백에 골키퍼까지 5명 모두 김(金) 씨면 외국 해설자가 헷갈릴 수도 있겠네요. 유니폼에 영문 이니셜 ‘JS KIM(김진수)’ ‘MJ KIM(김민재)’이 씌어 있지만, 나이 순으로 킴1, 킴2, 킴3라고 불러야 할까요. 하하.”
최근 프로축구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진수(30·전북)가 웃으며 말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전 왼쪽 수비 김진수, 중앙 수비 김영권(32·울산 현대)과 김민재(26·나폴리), 오른쪽 수비 김문환(27·전북), 골키퍼 김승규(32·알 샤밥)까지 5명 모두 김씨다. 물론 김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성씨로, 1000만명(전체 20% 이상)이 넘는다.
하지만 앞서 영국 매체 데일리 스타는 “한국 대표팀은 5명의 ‘KIM’을 보유했다. (외국) 해설자에게 악몽이 될 것 같다. 심판도 골치 아플 것”이라고 재미있어 했다. 인사이드 글로벌도 5명의 ‘KIM’이라고 쓰인 한국 수비라인을 소개하며 조세 모리뉴 해설위원이 괴로워하는 합성사진을 올렸다. 영어권에서는 손흥민(토트넘)을 ‘손(Son)’으로 부르는데, 외국 해설자가 월드컵 한국 경기를 중계할 경우 ‘킴의 패스를 받은, 킴의 크로스를, 킴이 헤딩골로 연결했다’고 설명해야 할 판이다.
‘파이브 킴’이 주축을 이루는 한국 수비진은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10경기에서 3실점 했다. 올해 11월 카타르월드컵에서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채 ‘짠물 수비’를 꿈꾸고 있다. 대표팀은 이에 앞서 23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치른다. 아스널 출신 공격수 조엘 캠벨(30·레온)을 막아야 한다.
10년 넘게 대표팀 부동의 왼쪽 풀백인 김진수는 앞서 두 차례 월드컵 모두 대회 직전 부상으로 낙마한 아픔이 있다. 김진수는 “월드컵 단복을 두 벌이나 받았지만, 정작 한 번도 입지 못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 소속팀 경기 93분경, 상대 신인선수에게 눌려 가장 중요한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석 달 앞두고는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다쳤다. ‘월드컵에 또 못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릎뼈가 나가 덜렁거릴 정도였다. 막판까지 재활 훈련을 했지만, 신태용 감독님을 먼저 찾아가 ‘못 갈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출정식 경기 때 친구인 흥민이가 골을 넣고 달려와 꼭 안아준 걸 잊지 못한다”고 했다.
김진수는 지난 여름 원소속 팀인 사우디의 알 나스르에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에 집중하게 위해 전북에 남기로 결정했다. 연상의 아내 김정아 씨가 “월드컵에 한번 나가봐야 않겠어”라고 조언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김진수는 “누나(아내)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살면서 느끼고 있다. 2전3기인데, 이번에도 못 간다면 책 한 권 써야 한다. 간절하다”며 웃었다.
이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계속 부상을 신경 쓸 수밖에 없어서 무의식적으로 부딪히면 뺄 때도 있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각종 대회 60경기 가까이 뛴 김진수는 수비 경합시 몸을 사리지 않는다.
월드컵에서는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 우루과이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막아야 한다. 김진수는 “걔네들도 한국 스쿼드를 보면 토트넘 손흥민이 있고, 나폴리 김민재가 있다”고 자신했다. 또 김진수는 “내가 이반 페리시치(토트넘의 왼쪽 윙백) 선수보다 흥민이와 친하고 함께한 시간이 길어 얘기하지 않아도 뭘 원하는지 안다. 공격수들이 드리블하거나 오버래핑을 나갈 때 장점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재도 4년 전 러시아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 정강이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해 낙마했다. 김민재는 “라커룸 샤워실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지나간 일은 후회하지 않고 금세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다. 길거리 응원을 나가 대표팀을 응원했다“고 말했다. 멘탈이 좋은 나폴리 김민재는 이탈리아에서 ‘muro(벽)’이라 불린다. AC밀란 전설적인 수비수 파올로 말디니가 관중석에서 김민재 수비를 보고 머리를 감싸 쥐며 경악할 정도다.
김민재 파트너인 김영권은 2018년 월드컵에서 몸을 던지는 수비와 함께 독일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려 ‘킹영권’이라 불린다. 앞서 2차례 월드컵에서 백업 골키퍼였던 김승규는 첫 ‘넘버1 수문장’을 꿈꾼다. 오른쪽 풀백 김문환(전북)은 김태환(울산)과 치열한 경합 중이다.
완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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