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주환, 구형받은날 범행 결심..사이코패스는 아냐"(종합)

공병선 2022. 9. 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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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지하철역서 4차례 피해자 주거지 및 근무지 검색
"스토킹 범죄는 관계성 범죄..사이코패스와 달라"
경찰, 21일 전주환 검찰에 송치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서울 지하철 신당역에서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주환이 검찰로부터 징역 9년형을 구형받을 당시부터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형을 받게 되면서 피해자를 원망한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한편 경찰은 스토킹 범죄가 관계성 범죄인 점에서 전주환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1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씨가 검찰로부터 구형 받은 지난 8월18일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시 검찰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전씨에 대해 징역 9년형을 구형했다. 해당 재판의 선고 공판은 이달 15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전씨가 범행을 저지르면서 오는 29일로 밀렸다. 경찰 관계자는 "전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서 '재판을 통해 인생이 망가졌다. 이는 피해자 때문이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총 5차례 피해자 전 주거지 찾아가…"범행 저지를 의도로 접근 추정"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지하철 역 사무실에서 피해자의 근무지와 주거지는 총 4차례 검색했다. 지난 8월18일에 증산역에서 1회, 이달 3일 같은 곳서 1회, 14일 증산역과 구산역서 2회 등이다. 증산역은 전씨 본인의 주거지와, 구산역은 피해자의 예전 주거지와 가까워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역 직원들에겐 자신이 휴가 중인 직원이라고 밝혔다. 자연스레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모습에 직원들은 의심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씨는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직위해제된 상태였다.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전씨는 총 5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전 주소지를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5일에 1번, 9일에 1번, 13일에 1번, 14일에 2번 등이다. 경찰은 범행 당일 이전에 찾아갔을 때도 범행을 저지를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것으로 추정했다. 범행을 저지르는 14일 외에도 전씨는 장갑과 샤워캡을 가방에 넣어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2월15일 검찰 조사를 받은 이후부터 전씨는 피해자에게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과 샤워캡 등도 챙겼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샤워캡은 피해자와 마찰 있을 때 머리카락이 빠질까봐 썼다고 진술했다"며 "다만 장갑에 대해선 작업 등 다른 곳에 사용하려고 구매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지난해 구매했지만 범행이 아닌 극단적 선택을 염두에 두고 구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외 증거물인 휴대폰은 이달 초 초기화를 2회 진행했다. 이후 휴대폰에 위치추적을 피할 수 있는 위치정보시스템(GPS) 신호 교란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전씨는 "내 위치가 밝혀지기 싫어서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른 증거물인 태블릿과 외장하드는 고장났거나 오래되고 암호가 걸려 있어서 의미있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위험성 높지 않다고 판단해 2차 영장 신청 안해…사이코패스 검사 실시 않기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2차 고소 이후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찰은 직접적, 물리적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2차 고소 내용이 1차 고소 사건에 비해 확장되지 않았다"며 "추가된 내용은 합의 종용하는 문자메시지 전송이었고 직접 찾아가지 않는 등 직접적, 물리적 위협이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1차 구속영장 기각의 사유 등을 검토했을 때 또 다시 신청해도 기각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경찰은 전씨에 대해 면담을 진행하며 일명 사이코패스 검사라고 불리는 'PCL-R' 실시 여부를 검토했지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코패스 범죄와 스토킹 범죄는 양립하기 어렵다"며 "사이코패스는 사회적 관계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스토킹 범죄는 관계성 범죄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전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전씨는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 미친 짓을 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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