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결혼했는데 남편이 고경표와 김재영?
Q : 이번 드라마 〈월수금화목토〉에서 ‘상은’을 중심으로 각각 계약 결혼 관계에 있는 두 커플의 케미가 좀 달라요.
A : 박민영(이하 ‘민영’) 제가 생각했을 때 ‘지호’는 ‘상은’(극 중 박민영이 연기하는 인물)을 불편하게 만드는 남자, 그리고 ‘해진’은 ‘상은’을 편안하게 만드는 남자 같아요.
Q : 불편하다는 거, 설렌다는 건데요. 두 분은요?
A : 고경표(이하 ‘경표’) ‘상은’은 음… ‘지호’가 인간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은 사람이죠.
A : 김재영(이하 ‘재영’) ‘해진’에게 ‘상은’은 인생의 롤모델이에요. 여기까지. 나머지는 스포일러라….
Q : 드라마 소재가 ‘계약 결혼’인데, 어떻게 보면 ‘결혼하라는 등쌀에 시달리는 비혼들’이 주인공이기도 하죠. 결혼과 비혼 사이에서 입장이 어떤가요?
A : 경표 결혼은, 하면 하는 것? 꼭 해야 될 이유는 없고, 살면서 겪은 일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혼을 하고 안 하고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A : 재영 원래는 결혼이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제 인생의 목표 중 하나였는데,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점점 더 생각이 많아져요.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요.
A : 민영 저는 그냥 하면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Q : 민영 씨, 워커홀릭이죠?
A : 민영 네. 주변 사람들은 제가 비혼주의일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일을 거의 쉬지 않고 하고 있으니까요.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누군가를 만났을 때 종소리가 울리면 저도 결혼하게 되지 않을까요?
Q : 실제로 그걸 들은 사람이 주변에 있어요?
A : 민영 네! 주변에 그렇게 결혼한 커플이 셋 있어요.
Q : 신기하네요. 세 분은 그럼 혹시 결혼식에 대한 로망은 있어요? 결혼 생각은 없어도 로망은 있을 수 있잖아요.
A : 민영 하와이 같은 데서 소규모 비치 웨딩 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 밤새도록 술 마시고 춤추면서 노는 로맨틱한 분위기요.
A : 경표 로망은 없는데, 친구 결혼식에 가면 울컥해요.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런 건지….
A : 재영 저는 그냥 뷔페 나오는 데서 하면 될 것 같아요.
A : 일동 (웃음)
A : 재영 친구 결혼식 가면 가끔 코스 요리 나오는 데도 있는데, 저는 뷔페가 더 좋아요. 육회 같은 거 잔뜩 쌓아놓는 곳들 있잖아요.
Q : 참, 고기를 엄청 좋아한다고요.
A : 재영 네. 저는 그거면 돼요. 대부분은 신부 입장에 맞춰주는 거죠.
Q : 그럼, 결혼한다면 상대방을 뭐라 부르고 싶어요?
A : 경표 전 이름 부를 것 같아요.
A : 재영 음… 부인? 보통 뭐라고들 부르죠?
Q : 보통 ‘자기야’ 하다가 아이 낳으면 호칭이 ‘누구누구 엄마 아빠’가 되죠. 드라마 속에서는 서로 뭐라고 부르나요?
A : 경표 ‘상은 씨’ 이렇게 이름 부르죠.
A : 민영 근데 그게 좋아요. 이름 불러주는 거.
A : 경표, 재영 맞아요. 그런 거 좋죠.
A : 민영 유재석 오빠가 그렇게 부르시던데, 참 좋아 보였어요.
Q : 이름은 고유한 거니까, 부를수록 애틋한 감정이 생기죠. 세 분은 일상에서 ‘내가 정들었구나’라고 느끼는 때가 언제예요?
A : 경표 없어서 허전할 때요. 특히 친구들.
Q : 친구를 자주 만나요?
A : 경표 촬영 없을 때는 매일 만나죠.
A : 재영 경표가 친구가 진짜 많아요.
A : 경표 거의 같은 친구들인데 좀 많아요. 10명, 많게는 15명?
A : 재영 저는 점점 정들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새로 만나면 ‘이 사람이랑 내가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아요. 어릴 때는 그냥 모이면 다 잘 어울렸는데….
A : 경표 나이가 들면서 각자 삶의 바운더리가 확고해지잖아요. 어릴 땐 단톡방 하나만 열리면 쉼 없이 떠들었죠.
Q : 민영 씨는요?
A : 민영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잔상이나 잔향이 남아 있으면 정들었다고 생각해요. 사람 관계라는 게 오랫동안 가까웠더라도 틀어질 수 있지만, 미움과 정은 별개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미워서 관계가 끝났을지언정, 그 사람을 떠올릴 때 어딘가 따스함이 느껴지면 그건 정이죠.
Q : 너무 좋은 말이네요.
A : 경표 노고지리라는 밴드의 ‘찻잔’이라는 노래를 자주 듣거든요. (박민영에게) 방금 말했던 그런 느낌의 노래야. 되게 잔잔해.
Q : 그럼, 결혼처럼 누군가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요?
A : 경표 전 확실한 신념이 있어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
A : 재영 저는 정직한 거.
Q : 선의의 거짓말도 싫어요?
A : 재영 그런 거 잘 안 해요. 솔직한 게 좋아요.
A : 경표 전 대부분의 경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일종의 직업병 같은 거예요. 늘 연기하면서 다른 인물을 이해해야 하잖아요. 그 인물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스스로에게 입력시켜야 하죠. 평소에 다소 기분 나쁜 일을 당해도 몇 번은 그냥 참다가 어떤 경계를 넘어서면 확실하게 끊는 타입이에요.
A : 민영 저는 어떤 관계든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 어떤 사람들은 의리를 편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A : 민영 아, 근데 전 가끔은 그래요. 잘잘못을 따져주는 게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정말 친한 친구가 편들어주고, 자기 일처럼 화내면 기분이 풀릴 때가 있잖아요.
A : 경표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잘못은 스스로 깨달을 거라 생각해요.
A : 민영 그렇지. 다 알거든.
Q : 반대로 만약 1인 가구로서 평생 혼자 산다면,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A : 경표 친구죠. 저 혼자 산 지 되게 오래됐거든요. 20살 때부터 혼자 살았으니까. 근데 늘 친구가 있었어요. 집 비밀번호 다 공유하고.(웃음) 집이 곧 과방이었죠.
A : 재영 저 역시 친구가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A : 민영 저는 동네요.
Q : 한곳에 오래 살았어요?
A : 민영 네. 태어나서 사는 동네가 거의 바뀐 적이 없어요. 외딴 데에 홀로 떨어진 느낌보다 눈에 익은 곳에서 살면 외로움이 좀 덜하지 않을까 싶어요.
Q : 민영 씨는 아직 가족들과 같이 사나요?
A : 민영 저 독립한 지 몇 달 됐어요.
Q : 지금은 외롭진 않고요?
A : 민영 아, 하나도요!
A : 경표, 재영 몇 달 전이라잖아요.(웃음)
Q : 결혼은 인생에서 사건 같은 거잖아요. 각자 살면서 터닝 포인트가 된 사건이 있다면요?
A : 재영 저는 다다음 주?
A : 일동 (웃음)
A : 경표 우리 첫 방송 얘기하려고 그랬지!
A : 재영 왜 웃어요! 전 요즘 진짜 그 생각뿐이에요. 얼마나 조마조마한데요.
A : 민영 (웃음) 음, 저는 작년쯤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어요. 어떤 목표치를 정하고 달려왔는데, 그 목표를 이루고 나니 급격히 공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쉼 없이 작품에 들어가는 거예요. 가만히 있으면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을까 봐요.
Q : 지금까지의 목표가 뭐였는데요?
A : 민영 가족들을 위해 산 것 같아요. 이제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러면서 독립을 한 것도 있어요.
A : 재영 그런 생각 저도 하게 될 것 같아요. 뭔가 이루게 되면요.
A : 민영 다다음 주에?(웃음)
A : 재영 그렇죠.(웃음) 그런 생각 해보긴 했어요. 나중에, 진짜 날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 하고요. 집에서 혼자 가만히 있는 시간이 많은 편인데, 머릿속으로는 계속 ‘난 뭘 좋아하지?’ 생각하느라 복잡해요.
Q : 민영 씨는 그럼 요즘 스스로를 위해 쓰는 시간이 따로 있나요?
A : 민영 그냥 평소 하나하나 다 저를 위해 쓰려 해요. 먹는 것도 내가 먹고 싶은 거, 나한테 좋은 걸 내가 원하는 시간에 먹죠. 새벽에 갑자기 일어나서 산책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그런 것 하나하나가 저한테는 힐링이더라고요.
Q : 그런 마인드니까 워커홀릭으로 살 수 있는 거군요.
A : 경표 전 군대 때 절실히 느꼈어요. 사람이 자유의지를 갖는다는 거요. 군대에서는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식사 메뉴, 일어나고 잠드는 시간까지. 전역한 직후에는 팔을 다쳐서 잠깐 입원까지 했는데, 퇴원하고 보니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좀 다치고 잃어봐야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게 돼요.
Q : 저도 두 달 동안 오른손이 마비된 적 있는데, 그 이후에도 삶은 똑같던데요?
A : 경표 연습이 필요해요. 행복은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내가 지금 맛있는 걸 사 먹었다면, ‘나 지금 이거 엄청 행복한 거야’ 하고 스스로 느끼는 게 중요해요.
A : 재영 맞아. 사소한 거에 행복하지 않으면 정말 큰 행복이 왔을 때도 못 느껴.
A : 경표 맞아, 맞아.
A : 재영 저는 혼자 산 지 4~5년 정도 됐는데, 처음 독립했을 때 서브웨이랑 버거킹에서 연달아 식사를 한 적 있어요. 서브웨이에서 30cm를 먹고, 바로 건너편 버거킹에 가서 또 햄버거를 먹었는데,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사치라고 생각했거든요. 밥 두 번 먹는 거. 오랫동안 생활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까….
Q : 맞다, 모델 시절이 있었죠.
A : 재영 네. ‘이게 바로 행복인가?’ 싶었어요.
A : 민영 (고경표를 보며) 근데, 네 말대로 터닝 포인트에 몸이 아프더라. 그때쯤 저도 이상하게 자꾸 다치고 아파서 거의 매일 입원하고 그랬거든요.
Q : 아홉수니, 삼재니 하는 것도 진짜 있나 싶을 때 있죠.
A : 경표 저도 그런 거 안 믿거든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 그런 시기가 확실히 있었어요. 군 입대하기 한 달 전에 어머니 투병 소식을 알았고, 전역 후 8개월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별의별 일을 다 겪고 나니, 이제 삶에 힘든 게 없어요. 짜증 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마음을 느끼는 것도 부질없어요. 그냥 지금 행복하면 돼요. 지금도 얼마나 좋아요. 이렇게 오손도손 모여 수다 떨고.
A : 민영 이렇게 차분하고 여유롭게 인터뷰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에요.
Q : 너무 진지한 질문만 해서 재미 없었나 싶은데요.(웃음)
A : 재영 에이, 아니에요. 이런 대화가 더 재미있는 거죠.
A : 민영 좋았어요. 맨날 커피만 마시다가 오늘은 전통차 한 잔 마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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