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미착용' 여성 체포 후 의문사..반정부 시위로 이어져

방제일 2022. 9. 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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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히잡(얼굴만 내놓고 머리, 목, 가슴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20대 여성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이번 시위의 원인은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던 20대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의 죽음이다.

그의 죽음에 항의하고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테헤란을 중심으로 이란 서부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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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제대로 안 썼다 체포된 20대여성 의문사
진상 규명과 히잡 의무 착용 항의 시위 격화
유엔, 이란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진상조사 촉구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에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혐의로 도덕경찰에 구금됐다가 사망한?사건을 보도하는 일간지가 놓여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이란에서 히잡(얼굴만 내놓고 머리, 목, 가슴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20대 여성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이번 시위의 원인은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던 20대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의 죽음이다.

아미니는 13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있는 친척을 방문했다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아미니는 몇 시간 뒤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사흘을 버티다 지난 16일 숨을 거뒀다.

아미니의 죽음에 대해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고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의 죽음에 항의하고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테헤란을 중심으로 이란 서부에서 시작됐다. 이 시위는 5일 내내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최소 3명 이상의 사상자도 발생하기도 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아미니의 죽음에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아미니에 대한 시위는 '히잡'을 비롯해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시위대가 디반다레 마을에서 경찰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테헤란 시위를 담은 동영상에는 여성들이 히잡을 벗은 채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 외치고 있다.

테헤란 대학에서도 학생 수십 명이 시위에 나서 "쿠르디스탄에서부터 테헤란까지 이란이 피를 흘리고 있다"고 외쳤다. 일부 학생은 "여성, 생명, 자유",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시위가 확산하자 이란 정부는 이례적으로 빠른 진화에 나섰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20일 유족들에게 대표단을 보내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유엔(UN) 총회 참석을 앞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까지 직접 진상조사를 명하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해명을 넘어 도덕경찰 해체까지?요구하며 시위는 더 거세지고 있다.?이란 내부에선 도덕경찰의 단속이 여성을 보호하는 것인지 위협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 순찰대'의 단속 및 조사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태가 점차 커지자 국제 사회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나다 알나시프 OHCHR 부대표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브리핑을 열고 "숨진 여성의 비극적 죽음을 둘러싸고 제기된 고문 의혹은 당국에서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으면 투옥될 수 있는 이란의 법규가 여전히 우려된다"며, "최근 몇 달간 이란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들을 체포하고 구타했으며 증거 영상이 OHCHR에 접수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이 예외 없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써야 한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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