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90% 찬성·의사 90% 반대..수술실 CCTV설치 1년 앞으로

정진용 2022. 9.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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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25일 시행 예정
환자 의식無 상태서 수술 시행하는 모든 의료기관이 대상
예외 사항 쟁점..복지부 "연구용역 결과·각계 의견 참고할 것"
경기도 의료원 안성병원 내 수술실 CCTV.   경기도

수술실 CCTV(폐쇄회로TV) 의무 설치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를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8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해 9월24일 공포됐다. 시행까지 2년 유예기간을 두면서 내년 9월25일 시행 예정이다.

CCTV를 설치해야 하는 의료기관은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모든 의료기관이다. 의료기관 장과 의료인은 환자 또는 환자 가족이 CCTV 촬영을 요구하면 ‘거부 정당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촬영에 응해야 한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국민 여론과 의사 입장은 상반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21년 국민 1만3959명을 상대로 CCTV 설치 찬반 여부를 물어본 결과, 약 97.9%에 달하는 1만3667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유는 의료사고 입증 책임 명확화,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감시, 안전하게 수술받을 환자의 권리, 의료진 간의 폭언・폭행 예방 등이었다.

반면 의사 2345명 가운데 10명 중 9명은 반대 의견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 법안 검토 및 의사 인식조사’ 결과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반대하는 이유(복수응답가능)는 의료진 근로 감시 등 인권침해(54.3%)가 가장 많았다. △진료 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49.2%)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48.1%)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47.3%) △의료인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45.7%)이 그 뒤를 이었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수술실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대신 대리수술 등 비도덕적・비윤리적 행위를 한 의사의 ‘면허 취소’ 등 행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발단은 지난 2016년 고(故) 권대희씨 사망사건이다.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는 수술 과정에서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는 이유로 고 권씨 지혈을 간호조무사에게 30분 가량 맡기는 등 후속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씨는 지난 5월 2심에서도 징역 3년과 벌금 1000만원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장씨는 유족들이 배상을 받게 된 배경에 수술실 CCTV 영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의사가 진료 중 환자를 강간하는 성범죄가 잇따랐다. 2018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은 의사는 대장내시경을 받으러 온 환자에게 수면유도제를 투여하고 항거불능 상태인 환자를 상대로 강간했다. 2016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 받은 성형외과 의사는 2개월간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 3명을 상대로 준 강간을 저질렀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전 의원(자유한국당)은 “의료현장 특성상 피해자는 의식이 없거나 항거불능인 상태가 많아 실제 범죄 발생 여부를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행위에 대한 국민 불신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수술실 CCTV 설치가 근본적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CCTV 촬영 예외 사항이다. 복지부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안을 오는 12월 중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지난해 신설된 의료법 제38조의2 제2항에 따르면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른 수련병원 등의 전공의 수련 등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수련병원 목적 달성 저해 우려에 따라 CCTV 촬영 예외 사례에 전공의 수술 참여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를 두고 의료계와 시민·환자단체 간 의견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환자단체에서는 예외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폭넓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의료계, 전문학회, 환자·시민단체 등과 함께 비대면으로 ‘수술실 CCTV 설치방안 및 하위법령안 마련 협의체’ 3차 회의를 진행했다.

복지부는 올해 초 수술실 CCTV 설치방안 및 의료법 시행규칙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연세대 의과대학 장성인 교수(예방의학교실)가 내달 중 연구를 마무리 할 계획이다.

복지부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연구용역 결과를 비롯해 의료계와 환자단체 의견 중에서 취사선택해 하위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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