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영국 왕실의 재산, 크라운 에스테이트

고승욱 2022. 9. 2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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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0년 23세에 즉위한 조지 3세는 대관식을 마치자마자 의회와 협정을 맺었다.

왕이 사용하는 모든 비용을 의회가 제공하는 대신 왕실 소유 재산에서 나오는 수입을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의회가 왕실 재산을 책임지는 크라운 에스테이트(crown estate)의 시작이었다.

심지어 크라운 에스테이트가 왕실 재산의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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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욱 논설위원


1760년 23세에 즉위한 조지 3세는 대관식을 마치자마자 의회와 협정을 맺었다. 왕이 사용하는 모든 비용을 의회가 제공하는 대신 왕실 소유 재산에서 나오는 수입을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영국은 입헌군주제가 막 자리잡던 때였다. 의회가 절대군주를 대신해 세금을 걷고 국가 재정을 운용했다. 하지만 통치하지 않는 왕에게도 돈은 필요했다. 대사와 판사의 월급, 귀족들의 연금은 왕이 책임져야 했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은 아버지 조지 2세를 답습할 수 없었다. 의회가 왕실 재산을 책임지는 크라운 에스테이트(crown estate)의 시작이었다.

크라운 에스테이트 자산 총액은 지난해 기준 24조1200억원이다. 버킹엄궁과 대영박물관 사이에 있는 리젠트 스트리트 전체를 비롯해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에 산재한 광대한 토지와 각종 건물이 포함돼 있다. 영국 해안의 갯벌 55%, 해저와 대륙붕 소유권도 갖고 있다. 지난해 수익이 7730억원이었으니 어마어마한 규모다. 심지어 크라운 에스테이트가 왕실 재산의 전부가 아니다. 스코틀랜드 정부가 관리하는 별도의 스코티시 크라운 에스테이트는 자산이 4300억원이다. 런던 타워에 보관돼 있는 왕관과 각종 보석(crown jewels), 미술품(royal collection)은 값을 매길 수조차 없다. 왕립광산법에 따라 영국에서 채굴되는 모든 금과 은(mines royal)도 왕실 소유다. 광산업자는 크라운 에스테이트로부터 땅을 임대한 뒤 채굴하는 게 원칙이다.

이 거대한 자산은 결국 영국 국민의 것이다. 찰스 3세가 엘리자베스 2세에게 물려받았지만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다. ‘군주의 공공자산’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심지어 왕실은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한다. 대신 최대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관리를 책임진다. 수익금은 의회에 귀속되고, 왕실에는 수익의 일부만 전달된다. 연간 재무보고서도 의회가 받는다. 262년 전 왕과 의회의 약속이 지금까지 어김없이 지켜지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영국이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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