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태양광 이어 우주항공·방산까지 '손안에'

김경민 2022. 9. 2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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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39)이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면서 한화그룹 3세 경영이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인사를 통해 김동관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2020년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여 만이다. 김동관 신임 부회장은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 부문 대표뿐 아니라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대표도 겸임하게 됐다. 한화그룹 3대 주력 사업인 우주항공·방산, 에너지·소재, 금융 중 2개 부문을 직접 이끌게 된 것. 한화그룹은 “김 부회장이 그동안 사업 경쟁력 강화, 미래 전략 사업 발굴과 투자 등을 진행해왔다.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핵심 사업 추진에 성과를 낸 점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1983년생/ 미국 세인트폴고/ 하버드대 정치학과/ 2010년 한화그룹 입사/ 한화큐셀 상무/ 한화큐셀 전무/ 2019년 12월 한화솔루션 부사장/ 2020년 9월 한화솔루션 사장/ 2022년 8월 한화그룹 부회장(현)
▶김동관 2년 만에 부회장 승진

▷우주항공, 방산, 에너지 이끈다

김동관 부회장은 오래도록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미국 세인트폴고,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한화그룹 회장실을 거쳐 2015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화큐셀 상무를 지냈고 그해 연말 전무로 승진했다.

그간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말에는 한화솔루션 부사장에 올랐다. 한화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태양광 부문 영업 마케팅 최고책임자로서 영업적자를 흑자로 전환하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한화솔루션은 어느새 글로벌 태양광 시장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후 한화솔루션 전략 부문장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고 2020년 9월에는 한화솔루션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가 한화솔루션 사장에 오른 뒤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올 2분기 연결 기준 한화솔루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한 2777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2% 증가한 3조389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20년 통합법인 출범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력 시장인 유럽, 미국 판매단가가 상승하면서 3분기 한화솔루션 태양광 부문 영업이익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올 초에는 ㈜한화 사내이사로 등재되기도 했다. 한화그룹 우주 사업 총괄조직인 ‘스페이스허브’를 이끌며 그룹 신성장동력인 우주 사업도 이끌어왔다. 스페이스허브는 최근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해 ISL(위성 간 통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ISL은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통신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로 위성 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뿐 아니라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을 이끌면서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게 됐다는 평가다. 때마침 이들 계열사는 최근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한화그룹은 3개 회사로 흩어져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나면서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 찬 비전도 나왔다. 김 부회장은 덩치가 커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을 이끌면서 방산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쓸 전망이다.

동시에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 변신의 총대를 멨다. ㈜한화는 3개 사업 부문(글로벌, 방산, 모멘텀) 중 방산 부문을 떼어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하는 대신, 모멘텀 부문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 2차전지 등 소재, 장비 전문 기업으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기존 ㈜한화 모멘텀 부문(옛 기계 부문)이 추진해온 2차전지, 태양광,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과 한화정밀기계의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장비, 발광다이오드(LED)칩 마운터 사업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포부다. 이와 동시에 ㈜한화는 시공 능력 10위권 건설사 한화건설도 흡수합병해 덩치를 키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사업 재편으로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할이 커졌는데 김동관 신임 부회장이 이들 회사 경영을 이끌게 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과제도 만만찮아

▷㈜한화 지분 확보 변수

한화그룹 사업 재편에 이어 김동관 부회장 중심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원만한 승계를 위해서는 지분 확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한화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 최대주주는 지분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4.44%에 불과하다. 차남과 삼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각각 1.67%씩 들고 있다. 다만 김동관 부회장뿐 아니라 김동원 부사장, 김동선 상무 등 삼 형제가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에 영향력을 미치는 구조라는 점이 변수다. 한화에너지 지분은 김동관 부회장(50%), 김동원 부사장(25%), 김동선 상무(25%)가 100% 보유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을 야금야금 늘리는 중이다. 지난해 한화에너지는 모회사이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회사로 꼽혔던 에이치솔루션을 역으로 흡수합병하면서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하던 ㈜한화 지분 4.24%를 가져왔다. 이후 ㈜한화 지분을 늘리면서 현재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 지분은 9.7%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머지않아 한화에너지가 ㈜한화와 합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삼 형제 모두 ㈜한화 핵심 주주로 올라서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후 각자 보유한 한화에너지 지분을 다른 사업 부문별 지분과 교환해 승계를 위한 밑거름으로 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화 실적이 개선되면 삼 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로부터 받는 배당금도 크게 늘어난다. 특히 한화에너지 지분 절반을 김동관 부회장이 보유한 만큼 배당금을 받아 승계 작업을 위한 재원 마련에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할 경우 합병 비율이 문제다. 상장사인 ㈜한화와 달리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는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 자칫 삼 형제 승계를 위해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게 산정됐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김동관 부회장 역할이 계속 커질 경우 삼남 김동선 상무가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에서는 ‘제조 김동관, 금융 김동원, 유통 김동선’ 체제가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동원 부사장은 한화그룹 금융업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지만, 막내 김동선 상무 입지가 애매해질 수 있다. 김동선 상무는 2016년 한화건설에 입사해 신성장전략팀장으로 경영 수업을 받아왔는데 이번 그룹 사업 재편을 통해 한화건설이 ㈜한화에 흡수합병됐기 때문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 경영을 진두지휘할 경우 김동선 상무가 맡을 사업 규모가 쪼그라들 수 있다. 장남과 갈등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 분석이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6호 (2022.09.21~2022.09.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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