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도 '상장 문턱'은 넘었는데, 속도는 '진통'..흥행 참패에 IPO 암흑

이선애 2022. 9.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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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드디어 코스피 상장 1차 관문인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증시 데뷔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기업공개(IPO) 일정에 속도가 붙을지 지켜봐야 한다. 최근 IPO 시장 위축에도 선전하던 2차전지 기업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내 IPO를 마무리하겠다는 케이뱅크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증시 침체로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 본격적인 공모 시점을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 상장 문턱을 넘은 컬리 등 대어급 역시 시장 위축으로 흥행을 장담하기 힘들어 상장 일정에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케이뱅크 기업가치 7조원 '하늘의 별'

한국거래소는 케이뱅크에 대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결과 상장 적격으로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케이뱅크는 2016년 설립된 '국내 1호 인터넷 은행'이다. 최대주주는 KT의 자회사인 BC카드(지분율 33.72%)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순이익(225억원)의 두 배 수준인 457억원을 벌어들였다.

케이뱅크는 일정대로라면 내년 3월까지 코스피 상장을 마치면 되지만, 연내 최종 상장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대출 여력을 신속하기 늘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MBK파트너스·베인캐피탈·MG새마을금고가 케이뱅크에 투자한 7250억원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이들 기업이 보유한 지분을 BIS 기준 자기자본으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 해석을 내놨다. 케이뱅크가 2026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인 BC카드가 지분을 되사도록 한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 등이 붙어 있어서다.

지난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BIS 자기자본 비율은 15.86%로 금융 당국의 권고치(14%)에 근접해 있다. 경쟁사와 대출 경쟁을 벌이려면 드래그얼롱 조건을 떼 자본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는 거래소의 예비심사만 통과하면 이른 시일 내에 수요예측·일반청약 등 공모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다만 걸림돌은 최근 악화한 자본시장의 투자심리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최근 급락하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실상 회사 측이 원하는 기업가치는 받을 수 없다. 결국 기업가치 할인을 감수하고 연내 상장을 하겠다는 결단이 서야 연내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케이뱅크 상장을 통해 도모하려고 했던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 증대는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IB 업계에서 보는 케이뱅크의 예상 몸값은 4조원 수준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KT 경영진의 목표는 최소 7조원 이상으로, 낮은 가격으로 상장을 추진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케이뱅크 측은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탄력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IPO 투심 악화일로…고민 깊은 타석 대어

현재 IPO 시장은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다.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리츠 업종과 2차전지 업종에서도 흥행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

KB스타리츠의 경쟁률은 2.06 대 1로 지난 16일 마감했다. 청약 건수는 약 3만4000건으로 청약증거금은 약 55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진행한 KB스타리츠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도 26.19 대 1에 그쳤다. KB스타리츠는 유럽의 오피스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로 연간 약 7.76%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제시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에 리츠의 금융비용 상승으로 배당수익률이나 투자 안정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이은 국내 2차전지 분리막 생산 2위 업체로 상장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더블유씨피가 수요 예측에서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지난 14일부터 실시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더블유씨피는 희망 공모가 8만~10만원을 제시했으나 대부분 기관은 6만원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공모가를 6만원으로 확정하고 이날부터 이틀간 일반 청약에 나섰다. 그러나 상장을 주관하고 있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이번 수요예측에 국내외 총 759개 기관이 참여해 33.2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더블유씨피가 흥행을 이어온 2차전지 전문기업인 것을 고려하면 저조한 성적으로, 사실상 흥행이 물 건넌 간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백기를 든 기업들도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최종 상장까지 진통이 예상되면서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보다 몸값을 낮추거나 구주매출을 줄이고 신주 100%로 상장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알피바이오와 핀텔, 탑머티리얼, 샤페론은 구주 매출 없이 100% 신주 모집으로 공모를 진행한다. 모델솔루션은 공모가를 낮췄다. 하반기 대어로 꼽히는 컬리의 고민도 깊다. 상장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자신했지만,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이제 상장 일정을 놓고 다시 저울질하고 있다.

이경은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장 철회와 지연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수요 예측 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긴급하지 않은 경우 상장 시기가 미뤄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IPO 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하다. 상반기까지 총 50개 기업이 상장을 진행했으며, 16개의 스팩을 제외하면 34개 기업이 증시에 입성했다. 코넥스 기업을 제외하면 48개 기업이 상장해 59개를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하반기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연간 기준 상장 기업 수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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