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한·일 기업 기금으로..박진, 日외상에게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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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등 각계 의견 전달"
박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한 호텔에서 1시간 가까이 하야시 외상과 회담했다. 외교부가 지난 5일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했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한 민관협의회의 논의 내용과 박 장관이 지난 2일 광주에서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들은 의견 등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이 공유한 배상 방안에는 한ㆍ일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재원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대위변제하는 방안도 담겼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는 민관협의회가 어떤 결론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상의 중론은 양국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재원을 조성하고 이를 대위변제, 채무인수 등 방안으로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것이었다"며 "박 장관도 이를 하야시 외상에게 전달하고 다음 스텝인 정상회담으로 넘어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민관협의회에서 수렴된 의견'이라는 포장을 씌워 그간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해온 대위변제안을 일본에게 공식 제안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정한 방안을 제시한 건 아니다"라며 "구체적 해법은 앞으로 보다 확장된 형태로 다양한 피해자 뿐 아니라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서 마련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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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반대가 최대 걸림돌
다만 대위변제 안의 본질적인 한계는 피해자들이 일관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 마지막 민관협의회 후 외교부가 "대위변제와 달리 법적으로는 채권자(피해자)의 동의가 필요 없으며 판례도 있다"고 설명한 '병존적 채무인수'(정부 혹은 재단 등 제3자가 일본 기업의 채무를 떠안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지급) 방안 또한 일본 기업이 채무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거란 반론 등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대위변제든 채무인수든 어차피 피해자 동의를 못 받은 방안인데 '판례를 기반으로 기술적인 검토를 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ㆍ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 기금 조성은 현실적이긴 하지만 좀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고,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피해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2015년 12월 한ㆍ일 위안부 합의 때처럼 모든 답을 정부가 다 정해 놓고 발표하는 건 후폭풍이 크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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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은 여전히 안갯속
실제로 오는 20~21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한ㆍ일 정상회담 여부와 형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날 회담 후 박 장관은 정상회담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고 하야시 외상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회담 후 외교부 보도자료에도 정상회담 관련 언급은 없었고 당국자는 "확정된 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 소식통은 "정식 회담이 아닌 약식 회담, 즉 풀어사이드(Pull Aside)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5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유엔 총회에서 한ㆍ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것과 다소 온도 차가 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ㆍ일이 서로 이번에는 만나는 게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했다"고도 덧붙였는데, 일본 측은 줄곧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기시다 총리는 20일 뉴욕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19일 뉴욕으로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14호 태풍 '난마돌' 대응을 위해 출발을 하루 연기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통일교와 자민당 관계를 둘러싼 논란과 지난 7월 총격으로 숨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국장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지난 19일 마이니치신문 조사 기준으로 지지율이 집권 이후 최저인 29%까지 하락했다.
이 때문에 일본 내 정치적 상황까지 관계 개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마지막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겠지만 태풍 피해 대응으로 기시다 총리의 뉴욕 체류 기간이 줄어든 것도 정식 회담 성사 가능성을 줄이는 요소"라며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위험 수위까지 내려간 것도 일본 정치 시스템을 고려할 때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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