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4] ESG 워싱과 기독교

전병선 2022. 9. 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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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23장에는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에게 예수님께서 회개를 촉구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13절에 보면,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도다”라고 책망하고 있다. 여기서 외식(外飾)하는 자란 겉으로는 정의롭고 선한 의지를 가진 것처럼 행동하지만 내면에는 이기적인 동기를 숨기고 배려심이 없는 편견이 가득한 자라는 뜻이다. 이를 우리는 위선자(hypocrite)라고 부른다.

예수님은 당시의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율법의 근본정신은 잃어버리고 정의로움의 외관만 흉내 내는 위선자라고 꾸짖고 있는 것이다.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자신들이야말로 유대사회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위선적인 삶을 고수했다. 예수님은 이러한 위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비난하고 계신 것이다.

ESG경영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데, 바로 ESG워싱(washing)이다. ESG워싱은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각 지표의 의미에 대한 이해와 개선에 대한 의지 없이 외관적으로만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ESG위싱에 대한 기업 사례를 들어보면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숨기고 일부 친환경 특성만 부각한다든가 수질오염의 심각성은 축소하고 탄소배출량 절감만을 강조하는 모순 감추기, 플라스틱 용기의 겉을 종이로 감싸서 친환경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속임수, 그린본드로 조달된 자금을 원래의 의도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기만행위 등을 포함한다.

ESG워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누어보면, 그린워싱(greenwashing)과 블루워싱(bluewashing), 퍼플워싱(purplewashing) 등이 있다. 그린워싱이란 기업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자신을 자연 친화적인 초록색 외형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친환경 경영을 하고 있다고 외부기관의 인증을 받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며 각종 홍보성 자연보호 행사를 진행하지만 장기적 효과와 진정성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블루워싱이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현실은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한 거래조건을 관행적으로 부과하고, 근로기준법을 수시로 위반한다든지, 인권침해와 부실한 안전사고 예방조치 등이 광범위하게 행해지는 사례를 말한다.

한편 친 여성, 친 소수자를 위한다고 소비자들의 감성에 호소하지만 현실은 상업적이거나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행하는 퍼플워싱과 효과적인 내부통제와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외부적으로 홍보하지만 현실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불공정하고 비윤리적 행위가 경영진에 의해서 저질러지는 경우도 또 다른 형태의 ESG워싱에 해당할 것이다.

13절 하반절에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도다”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지도자들의 위선적 모습으로 인해 그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구원을 받지 못하게 막고 있음을 지적하며 책망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많은 청소년의 롤 모델이며 세상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도자들이다. 경영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ESG경영을 실천하는지가 미래세대의 가치관에 더욱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만인 제사장인 크리스천들은 어떤가. 이를 ESG관점에서 자문해 볼 수 있다. 스스로 낮아지고 교회와 일터에서 근면과 성실에 더하여 혁신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 창출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23장 23절에 예수님께서는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 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라고 말씀하고 있다. 이 말씀을 ESG경영에 연결시켜 보면 적절한 수준의 투자와 더불어 정의와 긍휼의 정신을 근간으로 한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ESG워싱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경고하는 말씀이다.

크리스천의 ESG경영은 삶 속에서 워싱의 유혹을 뿌리치고 권리를 요구하기에 앞서 자신의 의무를 교회와 일터에서 다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데서 출발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진정성 있는, 긍정적 작은 변화를 기쁘게 생각하신다.(다음 회, 중소형교회의 ESG실천)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및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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