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공' 하나에 무너진 '차세대 스타'

최태원 2022. 9. 20. 16: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GA 이어 KLPGA도 3년 출장정지 중징계
중학생 국가대표, 한 라운드 이글 3개 등 스포트라이트
버거리 넘버원, 첫 해 우승 등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고의적 오구 플레이, 늑장 신고로 비난 한몸에
김비오 전례처럼 특별사면 따른 조기복귀 가능성도
윤이나(19)가 3년간 대회 출장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윤이나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KLPGA 사무국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서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최태원 기자

[아시아경제 최태원 기자]'오구 플레이' 늑장 신고로 논란이 된 윤이나(19)가 결국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모든 대회에 3년간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피하지 못했다.

KLPGA 상벌분과위원회는 20일 열린 회의 후 공식 발표를 통해 "자진 신고 등 정상 참작의 사유가 있었으나 규칙 위반 후 장기간에 걸쳐 위반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과 규칙 위반 이후 대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등 심각한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고 중징계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판단했다는 의미다.

결국 윤이나는 화려한 패션과 남다른 경기력으로 올해 KLPGA 무대에 데뷔하며 우승까지 거머쥐면서 '초대형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순간에 선수 생명까지 위협받는 추락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골프 위해 지방행…중3에 첫 태극마크

윤이나는 여느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조기 교육을 통해 성장했다. 아버지와 함께 스크린골프장에서 골프를 접한 것이 계기가 돼 5학년때 본격적으로 골프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서울에서 자랐지만 골프를 위해 경남 사천으로 이사해 창원남중에 진학했다. 2017년 창설된 이 학교 골프부의 창설 멤버이기도 하다.

윤이나가 본격적으로 골프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8년 대한골프협회의 국가대표 선발전이다. 이 대회에서 윤이나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중학생으로는 유일하게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올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홍정민이 2019년 당시 국가대표를 함께 지냈었다. 윤이나는 2019년 열린 선발전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2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았다.

초고속 성장, 화려한 프로 데뷔

윤이나가 지난 7월 KLPGA 투어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우승을 확정한후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이나는 지난해 프로로 전향한 후에도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며 골프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해 KLPGA 그랜드 삼대인 점프투어 7차전에서 우승한 후 그해 2부 투어인 호반 드림투어 5차전, 톨비스트·휘닉스CC 드림투어에서 잇따라 우승컵을 거머쥐며 올해 1부리그인 KLPGA 투어에 입성했다.

KLPGA에서도 확실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3위, 맥콜 모나파크 오픈 2위에 이어 결국 7월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다.

비거리 1위 내세워 '한라운드 이글 3개' 전무후무 기록도

윤이나는 스타성도 지녔다는 평가다. 170㎝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비거리 때문이다. 올해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36.7136야드로 KLPGA 전체 1위다.

여자 선수에게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강한 샷은 '한 라운드 이글 3개'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그랜드·삼대인 점프투어 6차전 첫 라운드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윤이난 12번홀에서 첫 이글을 기록한 후 후반 첫 번째 홀인 1번 홀과 7번 홀에서도 이글을 추가했다. 이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이글을 기록한 윤이나는 비록 최종순위 2위로 경기를 마쳤지만 이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결국 '공' 하나에 무너진 샛별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 우승으로 단숨에 KLPGA 상금랭킹 5위에 자리하며 신인왕 포인트 2위까지 치고 올라가던 윤이나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국내 대회에서는 좀처럼 전례를 찾기 힘든 고의적 오구 플레이와 늑장 신고 논란이 골프계를 발칵 뒤집은 것이다.

윤이나는 지난 6월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에서 1라운드 15번 홀(파4) 러프에서 남의 볼을 자신의 볼로 착각해 그린에 올렸다. 하지만 이후 자신의 볼이 아닌 사실을 알고도 경기를 이어갔다. 당시 윤이나의 캐디와 코치, 부모가 모두 부정행위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윤이나는 7월 중순에야 이를 대한골프협회(KGA)에 뒤늦게 자진 신고했다. 자진신고가 대회 당시 함께 했던 캐디와 이별을 한 후에야 이뤄져 진정성이 떨어진단 평가도 나온다.

이 사안으로 앞서 KGA측은 윤이나에 대해 3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여기에 KLPGA 역시 같은 수준의 중징계를 내리면서 윤이나에게는 '오구 플레이'가 선수 생활의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게 됐다.

동정 여론에 중징계 후 사면 가능성도

중징계를 받았지만 조기 복귀 가능성도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다. 과거 KPGA로부터 3년 자격정지를 받았지만 특별사면으로 조기 복귀한 김비오(32)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비오는 2019년 9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최종라운드에서 갤러리 쪽을 향해 손가락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해 KPGA 코리안투어로부터 3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징계는 꾸준히 완화됐다. 당초 3년이었던 정지 기간은 1년으로 경감됐다. KPGA 코리안투어는 이듬해 7월 그의 징계를 해제하는 특별사면을 단행, 조기 복귀를 허용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