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모로코에서 의료봉사 펼친 박세업씨, 아산상 대상 수상

이관주 2022. 9. 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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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결핵 환자 2만7000명 치료
의료봉사상 오동찬·사회봉사상 착한목자수녀회
제34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 박세업씨가 모로코 주민들을 찾아가 진료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제34회 아산상' 대상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치료하고, 모로코 결핵 퇴치에 앞장선 외과 의사이자 보건전문가 박세업씨(60)를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박씨는 부산대 의과대학 2학년 재학 당시 우연히 아프리카 의료선교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의료봉사의 꿈을 키웠고, 병원비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오지에 있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전공을 일반외과로 선택했다. 의대를 졸업한 뒤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국내 의료봉사와 베트남, 몽골, 아제르바이잔 등 해외 의료봉사에 참여했다.

특히 아제르바이잔 난민촌에서 "전쟁이 나고 어려울 때는 오지 않다가 난민이 된 후에야 와서 약주며 도와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절규하는 한 청년의 모습을 보고 어렵고 힘들 때 같이 있어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2002년에는 개인 병원을 정리하고 호주로 떠나 문화인류학, NGO학 등을 공부하고 2005년에는 가족과 함께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수도 카불의 큐어국제병원 일반외과 과장과 바그람 미군기지 내 한국병원의 병원장을 맡아 주민 치료와 현지 의사, 간호사 훈련에 힘썼다.

박씨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50세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보건학 공부를 시작했다. 2012년 보건학 석사 공부를 마치고 국제보건의료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케어'의 북아프리카 본부장을 맡아 아프리카 최북단의 모로코를 찾아 지금까지 2만7000여명의 결핵 환자를 치료했다.

특히 박씨는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알람이 울리고 결핵약 복용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약상자를 도입해 모로코의 결핵 완치율을 70%에서 90%까지 높였고, 신속하고 효과적인 환자관리를 위한 결핵관리 시스템의 전산화, 결핵 관련 의료인과 지역주민 교육, 결핵약 복용 여부를 모니터링 하는 보건요원 양성 등 현지 보건체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2019년부터는 모로코에 인접한 모리타니아에서도 결핵 퇴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박씨는 "우는 자와 같이 울고, 웃는 자와 같이 웃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꿈"이라며 "최종 목표는 북아프리카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 그 국가의 의료 시스템이 조금 더 합리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료봉사상에는 소록도에서 27년 동안 한센인들을 치료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한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54)이 선정됐다. 오 부장은 조선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센병과 사회적 편견으로 고통받는 한센인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으로 1995년 국립소록도병원 공중보건의로 지원한 이후 줄곧 한센인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아랫입술이 처지는 한센병 후유증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아랫입술 재건 수술법'을 개발해 500여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또 사회봉사상에는 미혼모, 성폭력 피해 여성, 가출 여성청소년, 이주 여성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복지증진에 기여한 착한목자수녀회가 선정됐다. 착한목자수녀회는 1835년 마리 유프라시아 수녀가 프랑스에 설립한 국제수녀회로 한국에는 1966년 진출해 서울, 춘천, 군산, 제주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1970년대 젊은 여성들을 위한 근로기숙사를 운영하며 미혼모를 돌본 것을 계기로 1979년에는 춘천시에 미혼모 거주시설인 '마리아의집'을 개설하면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성들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라는 설립 정신을 바탕으로 미혼모와 동반 자녀의 공동생활가정, 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시설,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시설, 가출 여성청소년을 위한 쉼터 등을 통해 위기상황의 취약 여성들에게 필요한 긴급구호, 피해자 위기상담, 자립지원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쳐왔다.

한편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 또는 단체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1989년 아산상을 제정해 수상하고 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3억원, 의료봉사상·사회봉사상 수상자에게는 2억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또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가족상 3개 부문 수상자 15명에게도 각각 2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는 등 6개 부문 수상자 18명(단체 포함)에게 총 10억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11월 17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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