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전세 황혼기와 월세 난민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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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라는 것은 하나의 옛날 추억이 될 것입니다." 지난 2016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하며 '전세 종말론'을 언급한 바 있다.
과거 전세를 선호했던 세입자들이 월세 선호로 돌아서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깡통전세' 우려 등 전세시장의 불확실성도 월세화 현상을 부채질하면서 '전세 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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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거래량·비율 고공행진
서민 주거불안 가시지 않아
"전세라는 것은 하나의 옛날 추억이 될 것입니다." 지난 2016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하며 ‘전세 종말론’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6년이 훌쩍 지난 현재에도 전세 제도는 여전히 주택 마련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심지어 세입자를 노린 사기 수법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지능화되면서 연간 피해 규모만 수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로 치닫고 있다. 오죽하면 현 정부가 출범 4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서 소위 전세 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를 뿌리 뽑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을까.
전세 제도는 어찌 보면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제도로 볼 수 있다. 임차인은 자금이 부족해 매입하기 어려운 집이라도 적은 돈을 들여 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집을 보유함으로써 생기는 자본이득에 더해 전세보증금을 활용할 수 있었다. 특히 임차인 입장에서 보면 전세 제도는 오랫동안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로서 작용해 왔다. 계약이 종료되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순기능에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갭 투자를 통해 보유 주택을 더욱 늘릴 수 있게 되면서 임대인은 다주택자가 되고 임차인은 여전히 전세를 전전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8월 전세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전셋값이 크게 뛸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전셋값이 이미 너무 오른 데다가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도 커지면서 월세를 선택하는 이들이 더욱 늘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가 크게 늘면서 수요는 주는데 물량만 쌓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 시대가 저물고 월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주장이 불거지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11만6000건을 넘어서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엔 월세 거래량 급증이 큰 몫을 했다. 월세 거래량은 2017년 하반기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0년 상반기 2만8043건에서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4만건을 돌파했다. 전국으로 봐도 올 상반기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41.8%로 높아져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과거 전세를 선호했던 세입자들이 월세 선호로 돌아서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깡통전세’ 우려 등 전세시장의 불확실성도 월세화 현상을 부채질하면서 ‘전세 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월세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임차인의 주거 불안이 가시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20·30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소형 오피스텔과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월세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득이 적은 편인 사회초년생과 취업준비생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늘어만 간다. 부동산 정책의 목적은 ‘주거 안정’에 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을 통상 ‘주거 안정 대책’이라고 한다. 정부 대책이 가격이나 사기 등 겉으로 드러난 환부에만 치중한 사이 속으로 곪아간 주거 불안정성이 ‘월세 난민’을 양산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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