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영빈관 신축 논란

고세욱 2022. 9. 20.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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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홈페이지에 영빈관이 이렇게 묘사됐다.

"영빈관이 있는 나라들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 수준을 영빈관 곳곳에 투영시켜 놓음으로써 건물 자체를 하나의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외국 국빈을 접대하는 장소인 영빈관이 또 다른 외교무대일 정도로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과거 대통령이 외국 순방에서 돌아오면 청와대 내에서 번듯한 영빈관 필요성이 커진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실이 용산에 영빈관을 신축하려 한 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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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욱 논설위원


외교부 홈페이지에 영빈관이 이렇게 묘사됐다. “영빈관이 있는 나라들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 수준을 영빈관 곳곳에 투영시켜 놓음으로써 건물 자체를 하나의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외국 국빈을 접대하는 장소인 영빈관이 또 다른 외교무대일 정도로 중요하다는 의미다.

미국은 백악관 맞은편에 4개의 건물로 구성된 블레어하우스를 영빈관으로 쓴다. 침실·접견실·서재 등 방이 119개이며 곳곳에 고풍스러운 가구가 배치돼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본의 영빈관인 도쿄 아카사카 이궁은 2009년 일본 국보로 지정됐고 일본 내 유일의 네오 바로크 양식으로 건설돼 예술적 가치도 높다. 중국은 베이징 내 자연 풍광이 뛰어난 댜오위타이(釣魚臺)를, 북한은 백화원 초대소를 주요 손님 맞이 장소로 삼는다. 청와대에도 영빈관이 있지만 일종의 연회장이지 다른 나라처럼 외빈이 투숙하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과거 대통령이 외국 순방에서 돌아오면 청와대 내에서 번듯한 영빈관 필요성이 커진다고 한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후에 청와대 관계자들이 청남대 등을 돌아보며 제2의 영빈관을 고려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때도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세계 여러 나라의 국빈행사장 중 청와대 영빈관이 최악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실이 용산에 영빈관을 신축하려 한 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878억원의 세금을 들여 외빈 접대용 건물을 짓겠다는 것에 국민의 거부감이 크다. 은근슬쩍 예산에 신축 비용을 욱여넣은 꼼수, 눈덩이처럼 커지는 대통령실 이전 비용도 화를 돋웠다. 많은 이가 “이러려고 청와대를 나왔느냐”고 한다. 국민 정서상 용산 영빈관 신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카사카 이궁은 2016년부터 일반인 관람이 허용됐다. 국민에게 돌려줬다는 이유로 청와대 영빈관의 개축·확장, 청남대 활용을 터부시할 이유는 없다. 탁 전 비서관 말대로 ‘국격이 국민의 격’이라면 영빈관에 대한 소통이 이제부터 시작돼야 한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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