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권리 충돌과 역지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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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판별이 힘든 다툼들이 급증세다.
올봄 며칠 새 접했던 일들도 그랬다.
휴무 규제로 닫힌 걸 잊고 일요일 오후 마트에 갔다.
공원시설 규제의 일몰에 맞춰 다른 이름의 규제로 슬쩍 다시 묶자 나온 토지주들의 항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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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판별이 힘든 다툼들이 급증세다. 올봄 며칠 새 접했던 일들도 그랬다. 휴무 규제로 닫힌 걸 잊고 일요일 오후 마트에 갔다. ‘지역상권 보호 대 영업권’ 갈등이 벌써 10년째다. 유명 플랫폼 자체브랜드(PB)의 후기 조작 의혹을 시민단체가 제기하자 직원임을 명기했으니 단순한 정보 공유라 반박했다. ‘부정경쟁 억지 대 판촉권’ 충돌이다. 근래 유사 사례가 잦았는데 인천의 등산로 하나도 또 폐쇄됐다. 공원시설 규제의 일몰에 맞춰 다른 이름의 규제로 슬쩍 다시 묶자 나온 토지주들의 항의였다. ‘환경권 대 재산권’ 싸움이다. 주장들이 팽팽하다.
신체 안위나 물건 소유 등 절대적 권리에 대해선 논박이 거의 불가하다. 이에 대한 보호가 불완전할 때 일어난 끔찍한 폐해를 절감해봐서 그렇다. 거꾸로 쾌도난마가 쉽잖은 갈등도 많다. “너만 아니면 오롯했을 내 권리”라고 서로 항변한다. 멱살도 잡는다. 법경제학에서는 이를 ‘갈등의 상호성(相互性)’이라 부른다. 상호성이 클수록 역지사지가 절실하나 이 ‘처지 바꿔 살피기’가 참 어렵다. 제삼자 입장도 한쪽으로 쏠리기 십상이다. 그나마 차선 변경 때의 접촉사고 상황은 좋은 예다. 운전하면 누구나 직진과 변경을 무한 반복하므로 우리 생각에 선입견이 덜하다.
우선권을 가지면 접촉사고 때 책임이 작다. 누구에게 줄 것인가? 잣대는 크게 두 가지로 관찰된다. 첫째는 차량 흐름의 ‘속도’. 고속일수록 변경 때 추돌 위험이 크므로 직진차에게 우선권을 준다. 반대로 변경차에 준다면 훅 들어올까 봐 직진차가 늘 주춤거리며 서행한다. 둘째는 ‘위치’. 도로 안쪽 차선에서는 직진차가 우선이다. 그런데 램프에서 가장 바깥 차선으로 진입하는 변경차에는 관대하다. 반면 곡선로 사고일수록 변경차의 부담을 늘린다. 이처럼 상황별 양쪽 유인을 고루 살피며 권리 설정을 하면 차량 흐름도 매끄럽고 사고도 준다. 이 차선 변경 맥락에서 앞의 세 다툼을 가늠해본다.
휴무 규제는 대형마트차의 특정 차로 진입을 막는 것과 같다. 거기선 전통시장차만 쌩쌩 주행시키려는 의도였으나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고객의 소비 성향이나 온라인 쇼핑 급팽창이 원인이다. 그런데도 한바탕 촌극만 벌인 정부는 어떤 입증도 없이 애먼 마트와 고객의 발목을 계속 잡을 태세다.
PB 판촉 갈등을 듣자마자 올림픽대로 한남대교 출구 차선의 긴 차량 행렬 그리고 앞의 한 대가 비슷한 외형의 몇 대를 끼워주는 모습이 떠올랐다. 뒤차들은 경적을 울려대고 그 몇 대가 흐름을 막아 도로 전체까지 엉켰다. 직원 후기는 불공정한 새치기라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리뷰 인프라의 본래 순기능을 위해 중단하는 게 옳다. 공원 규제는 특정 지역 차들을 녹색 칠하고 서행시키는 조치와 흡사하다. 이 그린카들 앞으로의 차선 변경은 쉽게 해주되 전체 차량 흐름의 과속을 막기 위함이란다. 좋은 의도라지만 왜 그들만 서행시키나? 코로나 영업제한 규제처럼 손실 보상이 마땅하다.
빅블러 시대에 충돌이 가속될수록 역지사지를 잘해야 상생한다. 차선 변경 건만 해도 갈등 범주가 확장 일로다. 배달로봇과 드론은 인도와 하늘로 길을 넓혔다. 공간별 주체들의 통행 우선권이 핵심이다. 물류와 사고 비용이라는 ‘효율성’ 척도로 무게 속도 동선에 따라 설정해야 한다. 다른 무수한 상호성 갈등에서도 권리 설정은 연속되고 유연해야 한다. 플랫폼 금융서비스의 활성화가 좋은 예다. 반면 거친 흑백론에 희생된 모빌리티 규제로 택시 대란 등 피해가 막심하다. 이 역지사지 작업의 완결은 엄정 집행에 있다. 효율성으로 정한 우선권은 그 주체가 남녀노소 누구든 존중돼야 한다. 순서 엄수, 그게 ‘공정’이다. 그래서 불공정은 효율까지 허문다.
김일중(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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