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잡기가 웸블던 VIP석 수준" 역사가 된 '퀸'의 장례

백재연 2022. 9. 1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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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프지만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치러진 19일(현지시간) 런던 중심가는 여왕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나온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후 12시 15분쯤 장례식이 끝난 뒤 포차에 실린 여왕의 관이 거리에 나타나자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이 모습을 촬영하며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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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민들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너무 슬프지만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치러진 19일(현지시간) 런던 중심가는 여왕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나온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후 12시 15분쯤 장례식이 끝난 뒤 포차에 실린 여왕의 관이 거리에 나타나자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이 모습을 촬영하며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군악대 연주와 시민들의 박수 소리가 거리를 채운 가운데 런던의 상징 ‘빅벤’에서는 1분마다 종소리가 울렸다.

몸에 영국 국기를 두른 채 여왕의 운구 행렬을 관람한 클레어 패스토어(41)씨는 “대단한 광경이었다. 오늘 의식은 내가 영국인인 것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했다”고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장례 행렬 참관의 ‘행운’은 쌀쌀한 날씨에도 전날 밤부터 자리를 잡고 밤을 샌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런던에서 약 100㎞ 떨어진 베리세인트에드문드에서 전날 이곳에 도착했다는 한 형제는 BBC방송에 “자리 잡기가 (런던 최대 축구 경기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에 VIP석을 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린 스미스(70)씨도 “윈저성에 들어가는 여왕의 영구차를 보기 위해 어제 밤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2시간밖에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그의 손녀 메이시는 “통나무처럼 잤다”면서도 “여왕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꽃을 주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오후 1시 30분쯤 웰링턴 아치에 도착한 여왕의 관이 영구차로 옮겨져 서쪽으로 34㎞ 떨어진 윈저성으로 향하는 길에도 수많은 시민이 함께했다. 시민들은 영구차를 향해 꽃을 던지고 박수를 쳤다. 큰 소리로 애도를 표시하는 시민도 있었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19일(현지시간)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왕실 일가가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카밀라 왕비, 캐서린 미들턴 왕자비, 메건 마클 왕자비, 여왕의 증손인 조지 왕자와 샬럿 공주.


세계 각지에서도 ‘세기의 장례식’에 시선이 집중됐다. 미 NBC 방송은 장례식 중계를 지켜보는 전세계 시청자 수를 수십억명으로 추정했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에서는 장례식 시간에 맞춰 추도 예배가 열렸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날 하루 시내 지하철역 한 곳의 이름을 ‘엘리자베스 2세’(Elizabeth Ⅱ)역으로 변경했다.

지난 8일 여왕 서거 이후 11일간 이어진 조문 행렬은 하나의 ‘역사적 현상’으로 해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왕의 관에 애도를 표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런던을 찾으며 생긴 조문 행렬을 조명하며 “애도를 표하기 위해 시작된 줄이 이제는 그 자체로 생명력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내에서 여왕을 조문하는 행렬은 고유명사 ‘The Queue’(줄)이라고 불린다. 트위터에서는 #LongLiveTheQueen(롱 리브 더 퀸·여왕 폐하 만세)을 패러디한 #LongLiveTheQueue가 널리 퍼졌다. 실제로 대기 줄은 질서정연한 모습을 유지했으며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일반인들과 함께 13시간 동안 줄을 서 참배했다. 기온이 섭씨 4도까지 떨어진 추위 속에서도 조문객들은 꿋꿋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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