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국장 참석한 尹 부부, "여왕과 동시대 공유 영광"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11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여왕 국장(國葬)에서 조의를 표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등과 같은 열에 앉아 고인을 추모했다. 장례 미사는 장례 미사 개시와 엘리자베스 트러스 영국 총리의 성경 봉독, 설교와 찬송이 포함된 미사 진행, 장송 나팔 연주, 미사 종료 전 전원 묵념의 순서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장례식 직후 조문록을 작성했다. 애초 윤 대통령은 런던 도착 당일인 전날 헌화하고 조문록을 쓸 예정이었으나 현지 교통 사정 등으로 하루 미뤄졌다. 윤 대통령은 조문록에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의 명복을 빌며 영국 왕실과 국민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자유와 평화 수호를 위해 힘써오신 여왕님과 동시대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어제 이른 오후까지 런던에 도착한 정상은 당일 조문할 수 있었지만, 런던의 복잡한 상황으로 오후 2~3시 이후 도착한 정상은 오늘 조문록을 작성하라고 안내됐다”고 설명했다. 야당을 비롯한 국내 일각에서 '외교 홀대'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해 김 수석은 “위로와 애도가 줄을 이어야 하는 전 세계적인 슬픈 날인데, 국내 정치를 위해 이런 슬픔이 활용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공항에서 런던 시내까지 영국 왕실이 준비한 ‘재규어’ 방탄승용차를 타고 이동했고, 콘보이 차량 4대가 호위했다. 이는 영국 정부에서 최고위급 외빈에게 제공하는 차량이자 의전이라고 한다. 공항에서 런던 시내로 이동할 때뿐 아니라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엄수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집결 장소까지 이동할 때도 이 차량을 이용했다. 집결지점부터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는 다른 정상ㆍ군주들과 함께 ‘의전 버스’를 탔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은혜 수석은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영국 정부 대표 두 분과 왕실대표 한 분이 영접을 나왔고, 윤 대통령 부부에게는 왕실 차원에서 총리가 탔던 차량을 제공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국장 참석 후 한국전 참전용사인 빅터 스위프트 영국 한국전참전용사협회 회장에게 국민포장을 수여한다. 1934년생인 스위프트 회장은 한국전 당시 영국 육군 왕립전자기계공병군단 소속으로 참전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순방 전부터 “앞으로 해외 순방할 때 6ㆍ25 참전국이 있는 경우 꼭 그 나라 참전비에 헌화하고, 참전비가 없으면 참전용사를 만나는 일정을 진행하자”라고 지시했다.
앞서 윤 대통령 부부는 전날 오후 6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버킹엄궁에서 개최한 리셉션에 참석해 여러 나라의 정상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중에는 2019년 즉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영국을 방문한 나루히토 일왕 부부도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리셉션에는 전 세계 왕가(王家)의 회합처럼 많은 나라의 왕실과 우방국 정상이 함께했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조우해 안부를 묻고 ‘곧 유엔에서 만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루히토 일왕과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을 비롯한 요르단ㆍ브루나이ㆍ벨기에ㆍ덴마크 등 왕실의 많은 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굉장히 많은 분이 참석한 까닭에 어느 한 분과 길게는 얘기 못 했을 것”이라며 “(나루히토 일왕과도) 조우해서 환담했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으로, 안부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 참석과 한국전 참전 용사 국민포장 등의 일정을 소화한 윤 대통령은 1박 2일의 런던 일정을 마치고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이동한다.
런던=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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