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포항에 너무 마음 아파했다"..해외서도 태풍 챙기는 이유
“대통령이 너무 마음 아파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9일 중앙일보와 통화 도중 이런 말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임에도 태풍 대응상황을 수시로 챙기는 이유를 묻자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사고’를 언급하며 한 말이었다. 지난 6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주민 7명이 물에 빠져 숨지는 일이 있었다. 이 관계자는 이를 거론하며 “윤 대통령은 사람을 구해내는 것보다 위험 상황 자체로부터 국민을 분리(대피)하는 걸 매우 중요하게 본다”며 “그런 점에서 당시 사고를 상당히 마음 아파했다”고 전했다. 그 후로, 윤 대통령은 ‘태풍이 올라온다’는 보고만 들어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처를 당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이 이날 새벽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 태풍 ‘난마돌’과 관련해 국민 안전을 위한 행정력 사용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 우리나라가 태풍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19일 늦은 오후까지가 태풍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라며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기상 상황과 행동 요령을 정확하게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도로 침수 등 위험 상황을 신속하게 판단해 대피 명령이나 통행 제한 등 국민 안전을 위한 행정력 사용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해병대가 포항소방서에 장갑차와 구명보트 등을 배치했다’는 보고를 받고 “이렇게 민관군이 하나가 돼 태풍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함께 힘쓰자”고 강조했다. 전날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재난 관리 당국을 향해 대피명령·통행제한 등 현행법에 규정된 가장 적극적인 행정 조치를 시행하라고 별도 지시를 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선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 조짐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이 ‘지지율이 0%가 되어도 내 갈 길을 가겠다’고 말할 정도로 자기 신념이 강했다. 그런데 강남 폭우 사태로 뭇매를 맞은 이후로는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라며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수하며 ‘국민께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13~16일 2015명 대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1.8%포인트 오른 34.4%(매우 잘함 19.3%, 잘하는 편 15.1%)로 집계됐다. 이를 일별로 보면, 지난 14일과 15일 긍정평가는 각각 35.3%와 35.1%를 기록했는데, 영빈관 논란이 발생한 이후인 16일 다시 33.5%로 내려앉았다. 부정평가는 지난주보다 1.4%포인트 낮아진 63.2%(잘 못 하는 편 9.7%, 매우 잘 못 함 53.4%)로 조사됐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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