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에 빠지면 우주도, 미래도 없다[과학을읽다]

김봉수 2022. 9. 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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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인류가 달에 갔다 온 건 맞니?" 지난 추석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신나게 우주 탐사 얘기를 하다가 나온 질문이다.

달 하늘에 왜 별이 보이지 않으며 표면에 찍힌 발자국도 너무 선명하다는 점, 착륙하는 우주인들을 누군가 맞이하는 것처럼 동영상이 촬영됐다는 것 등도 음모론 중 하나다.

첨단 과학이 발달해 '신의 영역'을 넘보고 우주 개척 시대가 왔지만 이곳저곳에서의 음모론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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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그런데, 정말 인류가 달에 갔다 온 건 맞니?" 지난 추석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신나게 우주 탐사 얘기를 하다가 나온 질문이다.

사실 오래된 음모론이다. 미국이 옛 소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아폴로 11호 등의 달 착륙 영상을 조작했다는 주장인데 아직도 믿는 이들이 많다. 오죽 시달렸으면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70년대 후반 공식적인 해명과 근거 자료들을 발표했을 정도다. 음모론자들은 대기가 희박한 달 탐사 영상 속 성조기가 왜 펄럭였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달 하늘에 왜 별이 보이지 않으며 표면에 찍힌 발자국도 너무 선명하다는 점, 착륙하는 우주인들을 누군가 맞이하는 것처럼 동영상이 촬영됐다는 것 등도 음모론 중 하나다. 발사대 없이 어떻게 착륙선이 귀환했는지, 지난 50년간 왜 다시 가지 않았냐는 질문도 있다.

과학적 반박을 살펴보자. 먼저 성조기는 바람이 아니라 꽂히는 과정에서 흔들림과 충격을 받았을 뿐이다. 태양 빛이 강한 낮 시간대였고 여기에 맞춰 노출을 설정해 별빛이 찍히지 않았다. 달 표토에는 정전기가 흘러 모래에 찍힌 발자국이 영구히 보존된다. 착륙 영상은 착륙선의 다리에 부착된 카메라에 의해 촬영됐다. 착륙선은 달 궤도를 돌고 있던 사령선과 도킹해 돌아올 수 있었다. 그 후 달에 가지 않았던 것은 당시 과학 수준에선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뿐이다.

당시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사람들은 미국이 송출한 TV 전파를 통해 달 착륙의 모든 과정을 생생히 지켜봤다. 라이벌 옛 소련조차 ‘침묵’으로 인정했다. 당시 달에 두고 온 레이저 반사경은 지금도 거리 측정에 활용하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등 천체망원경 사진을 ‘가짜’로 여기는 이들도 많다. 천문학자들이 대중들을 홀리고 연구비를 타기 위해 가공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총천연색 천체 사진들이 우리가 현실에선 볼 수 없는 ‘보정된’ 이미지인 것은 맞다. 가시광선 이외의 적외선ㆍ자외선ㆍ감마선 등 보이지 않는 파장의 빛을 포착, 데이터화한 후 이를 목적에 맞게 가공한다. 대체로 가까운 별, 즉 포착된 적외선이 에너지가 높고 파장이 짧으면 파란색 계열로 이미지화한다. 반대로 먼 별, 즉 에너지가 낮고 긴 파장은 붉은색 계열로 가시화한다.

연구 목적에 따라 은하 등 관측 대상 전체의 모습을 강조할 경우 근적외선을 쓰고,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는 사진은 중적외선을 강조한다. 같은 천체를 찍어도 연구 목적ㆍ이유, 연구자 개인의 선택ㆍ기호에 따라 색조ㆍ색감ㆍ대비ㆍ노출 등을 달리해 전혀 다른 사진이 나올 수 있으니 오해가 생길 만 하다. 하지만 뼈를 관찰하기 위한 엑스레이 사진을 생각해 보자. 저 멀리 존재하는 천체를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이미지화하는 것은 ‘연출’일 수는 있어도 사기일 수는 없다.

첨단 과학이 발달해 ‘신의 영역’을 넘보고 우주 개척 시대가 왔지만 이곳저곳에서의 음모론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망각이나 학습 부재 속에 문자는 알아도 문해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사람들, 가짜 뉴스의 영향 등이 원인으로 주목된다. 최근 가짜뉴스 유튜버들이 연간 수십억 원의 슈퍼챗 소득을 올린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다.

과학은 논리적ㆍ합리적이며 간결하고 구체적이고, 경험적으로 검증 가능하다. 과학의 발달이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다.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근거 없는 음모론의 미망에 빠지지 말자. 경험적 증거와 합리적ㆍ논리적 추론으로 판단하는 과학적인 삶의 태도를 지향해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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