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고래 퀴즈와 1기 신도시

차완용 2022. 9. 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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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한 화재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고래 퀴즈와 정답 풀이다.

1989년 1기 신도시 건설 당시보다 늘어난 차량 수, 녹물이 나오는 아파트, 열악한 교통망, 서울 접근 도로 협소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더욱이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은 200% 전후인데, 용적률을 500%로 올린다면 현재의 도로나 전기, 수도 등은 이를 수용할 여력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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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화 재정비 핵심은 놓치고 공급에만 초점 맞춘 정부
부동산 포퓰리즘 대책은 되레 정책의 신뢰 떨어뜨려
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 회장단과 운영위원 20여 명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 연내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얼마 전 종영한 화재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고래 퀴즈와 정답 풀이다. "몸무게가 22톤인 암컷 향고래가 500kg에 달하는 대왕오징어를 먹고 6시간 뒤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암컷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요. 정답은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입니다. 고래는 포유류라 알이 아닌 새끼를 낳으니까요.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핵심을 봐야 돼요."

정부가 1기 신도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 재개발을 통한 공급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계획조차 내놓지 못한다. 용적률 500% 상향을 통한 10만 가구 추가공급이라는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이 마치 향고래 몸무게를 맞추는 문제처럼 보인다.

주차공간 부족, 상하수도 부식, 층간 소음, 교통 인프라 확충 등 노후화 재정비라는 핵심은 놓치고 있다. 1989년 1기 신도시 건설 당시보다 늘어난 차량 수, 녹물이 나오는 아파트, 열악한 교통망, 서울 접근 도로 협소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용적률 상향을 통해 공급을 늘린다는 아파트 재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욱이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은 200% 전후인데, 용적률을 500%로 올린다면 현재의 도로나 전기, 수도 등은 이를 수용할 여력조차 없다.

애초 1기 신도시는 서울올림픽(1988년) 이후 서울 집값이 폭등하자,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일본 신도시 모델 계획을 그대로 도입해 만든 서울 근교의 주거 도시다. 1989년 계획 발표 후 입주까지 불과 3년밖에 안 걸렸을 만큼, 제반시설 구축이 허술하다. 실제 상하수도, 전력공급, 교통인프라 등 제반시설은 지금도 부족하다. 결국 용적률을 높여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은 제반시설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도시를 싹 뒤집어 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기 신도시 중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넘은 아파트만 당장 30만 가구에 이른다. 이들 가구가 공사 기간 동안 머무를 집을 구하는 것부터가 난센스다. 그나마 해법은 조금씩 나눠 개발하는 순환 개발인데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것이 뻔하다. 설사 순환 개발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수십 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걸 당장 할 수 있는 것처럼 공약한 정부나 그 말을 믿고 기대감을 키웠던 신도시 주민들이나 모두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1기 신도시 주민들에게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다. 심지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장관직을 내걸며 마스터플랜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마스터플랜을 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데 말이다. 핵심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계획인지와 현 정부에서 추진할 수 있는지다.

정책은 차가운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초점을 흐리는 부동산 포퓰리즘 대책은 되레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실행 가능한 것, 불가능한 것, 시급한 것, 시간이 필요한 것 등을 면밀히 파악해 진정성 있는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을 올리는 것이 아닌 노후화 된 주거 복지 향상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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