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전 태아 심장 박동 들어라"..헝가리 시행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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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하려면 먼저 태아 심장 소리부터 들으라."
헝가리는 임신 중단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를 반드시 듣도록 하는 시행령을 최근 공표했다.
새 시행령에 따르면 임신 중단을 원하는 헝가리 여성들은 의료진이 들려주는 태아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은 뒤 '태아의 생명 기능을 보여주는 요소를 분명히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은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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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단체 등 "임신 유지 힘든 여성에 트라우마" 반발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낙태하려면 먼저 태아 심장 소리부터 들으라."
헝가리는 임신 중단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를 반드시 듣도록 하는 시행령을 최근 공표했다.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산도르 핀테르 헝가리 내무부 장관은 '임신 중단 전 태아 심장 박동 소리 청취 의무화' 시행령을 발표하고 이를 15일부터 시행했다.
새 시행령에 따르면 임신 중단을 원하는 헝가리 여성들은 의료진이 들려주는 태아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은 뒤 '태아의 생명 기능을 보여주는 요소를 분명히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은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핀테르 장관은 시행령 발표와 함께 "헝가리 국민 약 3분의 2가 첫 심장 소리를 들었던 순간을 아이의 인생이 시작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전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정부는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옹호하고 있으며, 감소하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한 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구에 상당한 세제 혜택과 함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이 시행령 입안에 앞장섰던 극우 정치인 도라 두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디어 정부가 태아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이제 태아는 엄마와 몇 초라도 의사소통할 기회를 얻은 것"이라는 글을 올리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인권단체와 시민 단체들은 시행령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헝가리 지부는 "이번 결정은 여성과 아무런 협의 없이 내려진 조용한 낙태 금지"라며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 트라우마만 생기게 하고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의료계에서도 시행령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헝가리 의료인들은 "임신 초기 들리는 태아의 심장 박동은 실제 심장 박동 소리가 아닌 초음파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에 불과하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헝가리는 임신 12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 12주 이후에는 심각한 건강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만 낙태를 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낙태가 불법인 폴란드나 독일보다는 느슨한 규제이나, 헝가리 국민들은 낙태에 대해 더 관대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70%는 임신 20주 이전에는 대다수의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부분의 경우 낙태를 불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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