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총리 후보 크리스테르손 중도당 대표의 딜레마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DN)'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두고 "역사는 울프 크리스테르손 중도당 대표를 스웨덴민주당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극우의 열쇠공(the far-right's locksmith)으로 기록할 수 있다"고 평했다.
스웨덴 총선에서 우파 연합의 승리가 확정되면서 크리스테르손 중도당 대표가 총리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그는 10대 때 정치에 입문했을 정도로 정도로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다. 하지만 우파 연합과 좌파 연합의 의석 수 차이가 3석에 불과한데다 중도당이 스웨덴민주당에 우파 연합 맹주 자리도 내주면서 정작 총리에 오르더라도 제대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크리스테르손 대표는 1963년 스웨덴 남부 도시 룬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체조 선수 활동 경력이 있으며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는 10대 때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크리스테르손은 웁살라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1988~1992년 중도당 청년리그 의장을 역임했다. 1991년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해 사회보장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그는 2000년 당시 중도당 대표가 자신과 일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판단해 잠시 정치판을 떠나있었다. 정치를 떠나 있는 동안 애드코어라는 이름의 인터넷 컨설팅회사에서 일하고 스웨덴 입양센터 의장을 역임했다. 그는 1991년 결혼했으며 중국에서 입양한 세 딸의 아버지다.
크리스테르손은 2002년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와 2006년 스톡홀름 부시장이 됐으며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4년간 사회보장부 장관을 역임했다. 2014년 총선에서 중도당이 집권할 경우 재무장관으로 내정됐으나 당시 중도당은 사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크리스테르손은 2017년 10월 중도당 대표에 올랐다. 당 대표로 처음 치른 2018년 총선에서 2104년 총선 때보다 14석을 잃으며 패했다. 당 대표로 두 번째 치른 이번 총선에서도 2석을 더 잃었으나 스웨덴민주당의 약진에 힘입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스웨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창당 후 최대인 20.5% 득표율을 기록하며 우파 연합 승리를 이끌었다. 우파 연합의 승리는 다행스러우나 중도당 득표율이 스웨덴민주당에 1.4%포인트 뒤졌다는 점은 크리스테르손 대표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중도당은 1979년 총선에서 기존 보수 대표 정당이었던 중앙당을 제치고 보수의 맹주가 됐다.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늘 사회민주당(사민당)에 이어 2위에 오르며 보수 맹주로서 입지를 굳건히 했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스웨덴민주당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스웨덴민주당은 유럽 반이민 정당 중 가장 성공한 정당으로 거듭났다. 다만 스웨덴민주당의 극우 성향에 대한 반감도 커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스웨덴민주당의 지미 오케손 대표가 아닌 크리스테르손 대표가 총리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웨덴 국방대학의 제니 마데스탐 교수는 "스웨덴민주당은 원내 2당이라는 입지를 이용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할 것"이며 "크리스테르손 대표 입장에서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쇠데르턴 대학의 안-카트리 준가르 교수는 "총선 결과는 크리스테손의 입지를 약화시켰다"며 "스웨덴민주당이 불과 1%포인트 더 얻었지만 상징적 의미는 크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우파 연합 의원 두 명만 마음을 바꾸면 지난 15일 사임한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가 복귀할 수 있는 문이 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테르손 대표는 향후 스웨덴민주당, 기독교사회당, 자유당과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 관건은 스웨덴민주당과 자유당의 갈등을 어떻게 조율해내느냐 여부다. 자유당의 한 의원은 스웨덴민주당이 포함된 어떤 내각안도 부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테르손 대표는 2018년 총선에서 패한 뒤 민족주의자이자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스웨덴민주당과 절대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자신의 말을 뒤집고 스웨덴민주당과 협상을 시작했고 이후 극우 세력에 자신을 팔았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크리스테르손 대표는 정치적 측면에서 스웨덴민주당은 자신의 편이라며 반박했다.
한편에서 크리스테르손 대표가 자신이 비록 스웨덴민주당에 손을 건넸을지언정 스웨덴민주당이 중도당을 제치고 보수 최대 정당으로 거듭나리라 예상하지는 못 했을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호랑이 새끼를 키워준 셈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크리스테손 대표는 사회복지에 제한을 두려한다. 그는 일하지 않는 것이 스웨덴에서 뉴 노멀이 됐다며 일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스웨덴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유럽에서 1인당 가장 많은 이민을 받아들인 국가였다. 이민이 늘면서 최근 스웨덴에서는 총기 관련 사고가 급격히 늘었다. 크리스테손 대표는 이민 규제를 더 엄격히 하고 범죄도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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