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가고 겨울 '급속 한파' 온다.."고려도 무너뜨린 기후변화"
381.5mm. 서울에 집중 호우가 내린 지난달 8일,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기록된 일일 강수량이다. 1년 전 서울시 평균 강수량은 211.2mm. 한 달 치가 넘는 비가 하루 사이에 쏟아진 셈이다. 기상청도 예측하지 못한 기상 관측 이후 115년만의 시간당 최다 강수량에 강남과 동작구 등 서울 곳곳이 물에 잠겼고, 반지하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이달 초엔 제12호 태풍 힌남노가 남부 지방을 할퀴고 지나가며 경북 포항에서 7명이 지하주차장에서 침수 사고로 사망하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힌남노는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생한 첫 슈퍼태풍으로 기록됐다. 이전까진 상대적으로 더 뜨거운 바다인 북위 15도 부근에서 주로 태풍이 발생했는데, 발생 지점이 올라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 상승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후변화, 문명 무너뜨릴 수 있어”
한 국가나 문명의 쇠락이 기후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는 건 그의 주된 연구 가설이다. 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중세 온난기'(약 900~1300년)에는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고 서태평양의 온도가 낮아, 한반도 강수량이 줄었다. 특히 1200~1300년 사이가 건조했는데, 이 시기는 아홉 차례 몽골의 침입과 가뭄으로 인한 기근 등으로 나라가 어지럽던 고려의 제23대 왕 고종(1213~1259년) 재위 기간과 일치한다. 반면 13세기 초 몽골은 강수량이 높아 초원의 생산성이 높았다. 기후의 차이가 곧 국력에도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다만 “역사적으로 온도가 갑자기 떨어진 경우는 있었어도, (지금처럼) 짧은 시간에 빠르게 올라간 적은 없었다”고 했다. 서유럽이나 아메리카 동부 등 북대서양 주변부 지역의 기온이 높아진 중세 온난기가 있었지만, 적도 태평양 해수면 흐름 변화 등으로 인한 국지적 현상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발간된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1850~1900년 대비 2001~2020년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0.99도 올랐다. 특히 2011~2020년은 같은 기간 대비 1.09도로 상승 폭이 더 컸다. 보고서는 “지구 표면 온도는 적어도 과거 2000년을 50년 단위로 봤을 때, 1970년 이후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한반도는 여름에 더 덥고 습해지고, 겨울엔 더 따뜻해지고 건조해질 가능성이 크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몬순 기후 지역인데, 여름에는 남동 계절풍이 바다 쪽에서 불어온다. 바다 온도가 올라가 증발량이 많아지면 우리나라에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커진다”며 “반면 겨울엔 시베리아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오는데, 대기 온도가 올라가면 상대 습도가 떨어져 강설량이 줄게 된다”고 했다.
겨울철엔 특히 갑자기 추워지는 ‘급속 한파’가 잦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박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극 지역이 더 빨리 더워진다. 적도 지역과 극 지역 간의 온도 차이가 커야 대기 상층부에서 제트기류가 강하게 불고, 극 지역의 차가운 공기가 밑으로 못 내려온다”며 “그런데 적도와 극 지역의 온도 차이가 줄게 되면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서 굴곡을 심하게 그리게 된다. 제트기류의 속도가 느려지고, 찬 공기가 내려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해·사회 갈등 부르는 기후변화…“탄소 감축 적극 행동해야”
박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 지금 당장 인류가 탄소 감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탄소 배출량 제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농도 자체를 줄이기 위한 실천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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