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2' 임윤아는 왜 얼빠에, 금사빠일까

하성태 2022. 9. 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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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의 사이드뷰] <공조2> 속 여전한 여성 캐릭터

[하성태 기자]

 영화 <공조2> 스틸 이미지.
ⓒ CJ ENM
 
현빈, 유해진, 다니엘 헤니가 나란히 걷는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현빈과 다니엘 헤니는 잘생김을 맡았고, 유해진은 코믹함을 담당한다. 현빈과 유해진은 북한과 남한 형사이고, 다니엘 헤니는 FBI 요원이다.

이 세 스타 배우의 자태와 당당함을 고속 촬영(슬로우 모션) 기법으로 훑는 장면들은 삼각 '공조 수사'를 내세운 <공조2: 인터내셔날>(아래 <공조2)의 욕망을 가장 잘 과시하고 전시한다고 볼 수 있다. 현빈과 다니엘 헤니의 출중한 외모와 그 가운데 선 유해진과의 관계성이야말로 <공조2>가 지향하는 코미디의 기운을 뚜렷이 압축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기사 : 텐트폴 빅4 부진했는데... '공조2'가 증명한 흥행공식)

영화를 본 400만에 육박하는 관객들이나 전문가들의 눈이나, 여성이나 남성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한 중년의 남성 평론가조차 이 장면 속 현빈과 다니엘 헤니를 보며 "참 잘 생겼다"를 연발했다고 하니 말이다.

이러한 강조를 효과적으로 강화시키는 방법은 영화 속 캐릭터에게 직접 그러한 감정을 드러내고 호소하며 스크린 밖 관객들에게까지 그 감정을 주입하는 일일 것이다. 그럴 때 서사의 주체와 객체의 자리는 매우 명확해진다. <공조2>는 그러한 강조와 강화에 매우 적극적이다. 시리즈 전체에 걸쳐 그 객체의 자리를 맡고 있는 것이 바로 임윤아가 연기하는 임철용(유해진)의 처제 박민영이다.

임윤아의 매력, 박민영의 객체성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
ⓒ CJ ENM
 
"나빠 진짜. 북한 사람이라고 다 배고픈가. 사람 나름이지. 이 얼굴이 어떻게 배고픈 사람 얼굴이에요, 윤이 이렇게 나는데. 죄송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우리 형부가 원래 이래요."

남북 형사 간 대립과 화해를 갈등의 큰 축으로 삼는 <공조>에서 림철령(현빈)이 강진태(유해진)의 집에 묵게 된 다음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박민영이 강진태를 타박하며 내뱉는 대사다. 림철령과 강진태의 유대가 아직 공고해지기 전, 식사 자리에서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을 예의없게 꼬집는 형부에게 박민영은 대신 북한 형사 림철령의 편을 들어준다.

전날 밤, 처음 본 림철령의 외모에 반한 박민영은 "너무 멋있어"를 연발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이고 노골적으로 림철령에 대한 '들이댐'을 시도한다. 이처럼 <공조>가 박민영 캐릭터를 요즘 말로 소위 '얼빠', '금사빠' 등으로 그려낸 것은 여러모로 효과적이다.

그건 비단 잘생긴 남성에게 한눈에 사랑에 빠진 젊은 여성이란 이성애 로맨틱 코미디의 구도에 그치지 않는다. 림철령은 공조 수사를 위해 서울에 오기 전 차기성(김주혁)의 악행으로 아내를 잃었다. 그 아내를 잃은 아픔을 간직한 림철령은 박민영의 애정 공세를 철저하게 방어한다. 자연스레 림철령 캐릭터의 우직하고 순정적인 성격이 구체화되는 것이다.

반면 박민영의 애정공세는 <공조2>보다 훨씬 더 남북 분단 상황을 강조하는 <공조>의 극적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유해진이 홀로 맡고 있던 코미디의 기운을 나누는 숨통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역할을 '소녀시대' 출신 임윤아가 살짝 상기되고 풀어진 톤으로 연기했다. <공조>까지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던 임윤아의 코미디 연기는 영화의 흥행과 함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첫 등장부터 자고 있는 형부를 깨워 "카드값 100만 원"을 빌리는, 언니네 집에서 3년째 얹혀사는 귀여운 백수이자 '금사빠', '얼빠' 박민영을 '소녀시대 센터' 임윤아가 연기한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고 할까.

그럼에도 박민영의 이러한 애정공세는 외모와 함께 림철령의 캐릭터 성격을 부각시키는 한정적인 역할에 머무른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박민영이 코미디의 한축을 담당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림철령의 캐릭터 구축에 복무하는 객채로서의 캐릭터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러한 객체성은 후반부에 뚜렷이 확인된다.

강진태의 아내이자 박민영의 언니 박소연(장영남)과 강진태의 딸이 후반부 차기성 일당에게 인질로 잡히며 사건에 직접 휘말리는 것과 달리 박민영은 서사 자체에서 아예 실종돼 버린다. 사건이 끝난 후 박민영이 등장하는 것은 에필로그 속 얼마 후 다른 미션으로 다시 만난 강진태와 림철령의 대화 속에서 언급될 때 뿐이다. 이 역시 코미디 요소의 일환이지만 <공조>가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라 할 만하다.

<공조>로부터 6년... <공조2> 속 여전한 여성 캐릭터
 
 영화 <공조2> 스틸 이미지.
ⓒ CJ ENM
 
<공조>로부터 6년이 흘러 당도한 <공조2>의 박민영은 같고도 또 다르다. 등장하는 신 자체가 늘면서 비중도 커졌다. 임윤아의 코믹 연기도, 박민영 캐릭터의 들이댐도 훨씬 더 적극성을 띤다. 다만 한정적인 객체성 자체가 줄었다고 보기엔 역부족이다. 아니, '금사빠'와 '얼빠'로서의 성격은 한층 더 강화됐다.

앞서 언급한대로, 과거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다시 한 번 라이벌로 등장한 현빈과 다니엘 헤니의 외모는 <공조2>의 코미디 요소 중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또 강조와 반복은 속편의 주요한 요소다. '삼각 공조'를 내세운 것 자체가 그렇다.

그에 걸맞게 박민영 역시 맹활약(?)하는데 이번엔 다니엘 헤니의 외모에 반한다. 박민영 뿐 아니라 언니 박소연과 사춘기 소녀가 된 딸 역시도 마찬가지다. 북한 형사에 이어 미 FBI 요원까지 강진태의 집에서 기거한다는 설정이 억지스러운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강진태의 가족인 세 여성이 이구동성 잭(다니엘 헤니)의 외모에 감탄하고 반한다는 설정 자체가 전편의 답습이자 반복을 통한 코미디의 유발에 가깝다. 여기서 <공조2>는 박민영을 림철령과 잭 사이에서 삼각관계 구도의 중심에 서게 만든다. 전편과의 반복에서 오는 재미와 나름의 차별화 시도인 반면 남성 캐릭터와의 애정 구도로서만 기능하는 여성 캐릭터의 한계도 한층 뚜렷해진다.

전편과 달리 속편은 박민영이 자취를 감추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긴 한다. 아니, 잠복근무 장면에서 림철령과 함께 활약하고 수사 와중인 클럽 장면에까지 진출하기까지 한다. 특히 클럽 장면에서 박민영은 빼어난 춤솜씨와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데, <공조2>는 역시나 고속 촬영을 동원한 이 관습적인 장면을 현빈, 유해진, 다니엘 헤니 세 사람의 '슬로우모션' 장면과 정확히 대비시킨다.

매력적인 남성들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여성으로서의 성격을 확실하게 부각시키는 이 장면이야말로 <공조2>가 내세우는 전편과의 차별점을 명확히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석훈 감독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공조2>의 흥행만 놓고 보면 이러한 삼각관계 코미디는 여성 캐릭터의 활용적 측면을 제외하고 분명 관객들이 호응하는 지점이 상당했던 듯싶고.
 
"공조 수사라는 거대한 틀에서 이 삼각관계가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관객에게 전달하는 비중은 크다고 생각한다. 주인공들이 수사만 하는 게 아니라, 공조 과정에서 우정이나 사랑 같은 또 다른 드라마를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재미있는 포인트로 두 가지를 떠올렸는데, 먼저 철령과 잭 사이에 낀 진태. 그리고 또 그 둘 사이에 있는 민영이다. 관객으로서 <공조>를 보았을 때 민영은 예상치 못하게 큰 여운을 남긴 인물이다. 뒤에서 민영을 더 보고 싶은데 왜 안 나오느냐고 김성훈 감독에게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웃음)." - '공조2: 인터내셔날의 이석훈 감독을 만나다', <공조2> 이석훈 감독 <씨네21> 인터뷰 중에서

<방과후 옥상>(2006)으로 데뷔한 이석훈 감독은 이후 <두 얼굴의 여친>(2007), <댄싱퀸>(2012),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히말라야>(2015) 등을 연출했다. 주로 코미디 장르를 기반으로 멜로와 정치 드라마, 사극 액션과 산악극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다고 볼 수 있다. <히말라야>를 제외하고 여성이 주요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남성의 시선에 갇히거나 주체적인 캐릭터를 확립했느냐는 관객들마다 평가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석훈 감독이 7년 만에 관객을 만난 <공조2>의 박민영 캐릭터는 분량만 늘었을 뿐 2017년 1월 개봉한 전편의 바통을 이어받아 '얼빠'와 '금사빠'의 성격을 확실히 하는 한편 전편과 달리 에필로그까지 등장하는 진일보(?)를 이뤄냈다. 역시나 임윤아란 배우의 매력은 반짝이지만 캐릭터로서의 매력이나 주체성이 진일보했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릴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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