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PD들㉛] '라면꼰대' 박수진 PD, '라면'에 담은 '풍성한' 서사

장수정 2022. 9. 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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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어디에나 있지 않나..넓은 이야기를 다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구성안대로 흘러가지 않는 촬영, 이야기가 다른 데로 빠지는 것도 가능..비껴 나가도 허용 되는 것이 디지털 콘텐츠 매력."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유튜브 채널 ‘더 밥 스튜디오’를 통해 공개 중인 ‘라면꼰대’는 밉지 않은 꼰대, 김풍이 떠나는 라면 수련 기행을 담는 콘텐츠다. 라면 하나에도 철학이 있다는 김풍이 더 다채로운 라면을 선사하기 위해, 세상 곳곳으로 영감을 받으러 떠나는 과정을 담는다.


ⓒCJ ENM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박수진 PD 또한 처음에는 ‘라면’을 소재로 시즌3까지 진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누구나 좋아하고, 또 쉽게 접할 수 있는 라면을 통해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고, 또 여러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그 친근한 매력에 푹 빠진 시청자들이 늘어났고, 이제는 시즌3까지 방송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사람, 장소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일단 라면은 어디에나 있지 않나. 우리가 해외에 갈 때도 챙겨가는 음식이다. 어딜 가나 있고, 또 누구나 좋아하는 것. 그게 매력이었다. 어떤 게스트가 와도 좋아할 법한 음식이었다. 국물이 있는 걸 싫어하면, 비빔면도 있고, 짜파게티도 있고. 넓은 이야기를 다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로그램의 MC 김풍도 처음에는 라면 소재를 크게 반기진 않았다. 그럼에도 박 PD는 ‘라면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라면으로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김풍을 보면서 확신을 얻었고, 이러한 의 확고한 철학 덕분에 ‘라면 꼰대’라는 제목도 탄생했다. 박 PD의 확신처럼, 라면 관련 요리는 물론, 어떤 게스트와도 찰떡 케미를 보여주면서 라면과 사람 이야기를 하는 ‘라면 꼰대’만의 매력을 확실히 책임지고 있는 김풍이다.


“김풍 작가님은 누구도 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생각을 하시더라. 라면으로 백 가지 요리도 할 수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뻔하지 않은 캐릭터였다. 이분과 함께 라면을 가지고 여러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곧 ‘라면 꼰대’만의 색깔이기도 했다. 남들은 하지 않을 이야기를, 이 상황에서 쓰지 않을 BGM을 사용해 아이러니한 느낌을 내는 것이 ‘라면 꼰대’만의 매력이었던 것. 웃음이 나는 상황에서 오히려 슬픈 BGM을 활용하고, 빠른 편집이 유행하던 시절부터 느린 호흡의 편집을 감행하는 등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재미들을 선사하며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슬픈데, 짠한 매력이 있다. 그 톤을 유지를 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좀 낯설어하셨다. 그런데, 시즌2부터는 알아봐 주시더라. 우리는 BGM 같은 것도 타임 단위로 맞춰서 선정을 한다. 이러한 톤들이 쌓이다 보니까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특유의 분위기를 보러 와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CJ ENM

유튜브 플랫폼에서 송출되는 콘텐츠이기에 가능한 시도기도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선보이던 짧은 분량의 스낵 콘텐츠를 비롯해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수년간 경험을 쌓은 박 PD에게도 ‘라면 꼰대’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유튜브만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 ‘라면 꼰대’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구성안대로 흘러가지 않는 촬영. 편집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다른 데로 빠지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방송 플랫폼이었으면, ‘이런 것들을 좋아해 주셨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원 하나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디지털 플랫폼이라 좋아해 주는 이야기인 것 같다. 우리 콘텐츠를 라디오처럼 소비를 해주시는 분들도 있더라. 약간 비껴 나가도 허용이 되는 것이 디지털 콘텐츠의 매력이다.”


게스트 초대 또한 화려함보다는 프로그램의 색깔을 고려해 이뤄진다. 소소한 이야기에도 호응을 보내주는 시청자들이 있었기에 다소 도전적인 선택도, 혹은 김풍 작가의 취향에 맞춘 의외의 초대도 가능했다.


“라면만 먹고 이야기가 끝이 날 수도 있는데 앞서도 말씀을 드린 것처럼 라면을 가지고, 가볼 수 있는 장소, 이야기, 사람을 아우르려고 한다. 그래서 게스트와 호스트의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찾는 것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핫한 게스트라고 해도 김풍 작가님과 우선 합이 맞아야 한다. 동떨어진 분들은 배제하려고 하고. 케미가 좋을 것 같은 분들을 위주로 섭외하려고 서칭을 많이 하고, 작가님과도 논의를 많이 한다.”


시즌3에서는 게스트와의 호흡에 더해, 김풍의 성장 서사 또한 함께 담아낼 예정이다. ‘라면 꼰대’만의 매력을 바탕으로 매 시즌 추가되는 재미까지. 라면을 통해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라면 꼰대’가 증명 중이다.


“시즌1, 2까지는 게스트에 특화된 재료를 얻으러 다니거나 끓여서 대접하는 것이 큰 줄기로 삼았다. 이제는 라면 꼰대라는 사람이 본인의 틀에서 벗어나 성장을 해야 한다는 스토리를 담으려고 한다. 그래서 1, 2회에서는 여정의 시작을 다뤘다. 옷도 사면서 떠날 채비를 했다. 대중들의 입맛을 배워보려고 한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먹는지도 배워보고, 전국 라면 맛집을 맛보러 다닐 수도 있고. 스승님을 찾으러 갈 수도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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