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산골영화제와 만난 두 감독.. 의외의 결과였다

김성호 2022. 9. 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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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씨네만세 400] <달이 지는 밤>

[김성호 기자]

영화제 수난시대다. 강릉국제영화제에 이어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지자체의 지원중단 통보 뒤 폐지를 선언했다. 울산국제영화제도 단 1회 개최 뒤 울주산악영화제와 통합되게 되었다. 

몇몇 영화제가 겪는 부침 속에서도 꾸준히 제 색깔을 발하는 내실 있는 영화제도 있다. 다른 영화제와 차별화되는 특색으로 인지도를 높여온 무주산골영화제도 그 중 하나다. 올해 6월 10회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무주산골영화제는 무주의 환경을 십분 살린 야외상영회와 대중적인 상영작들로 방문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관내에 이렇다 할 영화 관련 시설이 없던 동네에서 운동장과 국립공원, 문화관, 지역 학교, 주민센터 등의 시설을 동원해 상영회를 여는 것도 매력포인트가 됐다.

급기야 무주엔 2개 상영관을 갖춘 무주산골영화관이 마련되기까지 했다. 이제 무주를 영화의 도시라 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 달이 지는 밤 포스터
ⓒ 무주산골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가 제작한 영화

영화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속속 나오기 시작한다. 무주산골영화제가 제작한 신작 <달이 지는 밤>도 그중 하나다. 한국 영화팬들 사이에서 꽤나 주목받고 있는 김종관, 장건재 감독이 각각 중편 한 편씩을 만들어 앞뒤로 붙였다.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에 대해 "각자 자기 세계가 있는 감독들이 그 세계가 맞닿을 수 있는 지점을 가졌다"고 평했다.

앞의 영화는 김종관이 연출했다. 영화는 무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한 명의 여자(김금순 분)가 내리며 시작된다. 그녀는 무주 산골의 외딴 집을 찾는다. 반쯤 부서진 이 집에서 그녀는 초를 켜고 나름의 의식을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방울을 흔드는 모습은 그녀가 무당임을 알게 한다.

영화는 그녀가 자신의 딸(안소희 분)과 만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다분히 환상에 가까운 분위기 속에서 관객은 그녀가 딸을 만나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어떤 이유로 딸은 엄마보다 먼저 세상을 등졌다. 엄마가 옛 집에서 딸을 부르고 그녀와 만나려 한다. 이야기는 또 어딘가로 향한다.
 
▲ 달이 지는 밤 스틸컷
ⓒ 무주산골영화제
 
무주가 고른 감독들, 김종관과 장건재

한예리 주연의 <최악의 하루>,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이 출연하는 옴니버스 <더 테이블>, 아이유가 나오는 <아무도 없는 곳> 같은 영화를 통해 김종관은 한국 영화계의 이야기꾼으로 부상했다. 그는 섬세한 감각으로 인물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통해 관객의 관심을 붙들어낸다. 큰 서사보다 감정을 움직이는 작은 이야기를 선호하는 관객들은 그의 영화에 큰 지지를 보여왔다.

<달이 지는 밤>은 장건재 감독의 작품 제목이다. 이 제목이 두 편을 묶은 영화의 제목이 되었는데, 첫 편에도 나름의 제목이 있다. 김종관 감독이 연출한 첫 영화의 제목은 <방울소리>다. 딸을 잃은 무당이 한밤 중 부서진 집에서 흔드는 방울소리가 곧 영화의 제목이 된 것이다.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감독의 전작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존의 김종관 작품세계를 기대하며 보았다가 혼란스런 마음을 마주하기 십상이다. 공포와 미스터리의 분위기가 러닝타임을 지배하고 아예 유령까지 등장한다. 전작에서도 세상을 떠난 이가 등장하는 경우가 없진 않았으나 아예 장르로 본격화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 달이 지는 밤 스틸컷
ⓒ 무주산골영화제
 
기대 모은 공동작업, 그 결과는?

한 편의 영화로 묶인 만큼 장건재 감독의 <달이 지는 밤> 역시 비슷한 설정과 분위기를 공유한다. 역시 무주를 배경으로 흘러가는 영화 속에서 관객들은 산 이들 가운데 죽은 이가 들어오는 묘한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들부터 무주군청에서 일하는 커플(강진아, 곽민규 분)로 잡았고, 이들에게 일련의 기이한 이야기가 벌어지는 과정이 관객을 잡아끈다.

장건재 감독은 2012년 작 <잠 못 드는 밤>과 2014년 작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새로운 작가를 기다리던 한국 영화팬들의 관심을 휘어잡은 젊은 감독이다. 이 같은 성취로 그는 장강명 작가의 베스트셀러 <한국이 싫어서>의 연출까지 이르게 됐다. 주인공은 고아성이 낙점됐다.

그야말로 핫한 두 감독의 공동 작업은 지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의 공개 뒤 오는 22일 일반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이들과 무주산골영화제의 새로운 시도는 그 완성도와는 별개로 한국 영화제에 색다른 자극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 달이 지는 밤 스틸컷
ⓒ 무주산골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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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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