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거부' 이란 여성 의문사..반정부 시위 촉발

22세 女 테헤란 경찰서에서 조사 중 쓰러져
잇따른 시위·비판 글 게재로 인터넷 차단도

(사진=아시아경제DB) 이란의 22세 여성이 히잡 미착용으로 체포된 후 테헤란의 경찰서에서 쓰러져 16일(현지시간) 의문사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 중 특정한 표현과 관련 없음.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이란에서 히잡 미착용으로 체포된 20대 여성이 갑자기 숨지는 일이 벌어져 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흐사 아미니(22)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끝에 16일(현지시간) 사망했다.

그는 13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풍속 단속경찰에 체포돼 당일 조사를 받던 중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시행된 샤리아(이슬람 율법) 법에 따라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써서 머리카락을 가리고 몸매가 드러나지 않도록 길고 헐렁한 옷을 입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내거나 체포를 당한다.

이란 관영 TV는 아미니가 경찰관 앞에 앉아있다가 일어서면서 쓰러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쓰지 않았으며 아미니가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으나, 유가족은 아미니가 건강했고 심장질환을 앓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일부 매체들은 그가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다고 보도해 이에 이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히잡 의무 착용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이어 SNS에는 아미니가 입원했던 병원 주위에 모인 시위대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거나 차의 경적을 울리며 정부에 항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등장했다.

이란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면 확산을 막기 위해 종종 인터넷을 차단하기도 하는데, 인터넷 통제 감시 사이트인 넷블록스는 17일 트위터에 "테헤란의 인터넷이 상당히 차단되고 있다. 접속도가 평소의 67%에 그쳤다"는 글을 남겼다.

로버트 말리 미 이란 특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부적절한' 히잡으로 구금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은 끔찍하다…그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내무부와 검찰에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