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눈 앞 납치된 10대 자매 결국..印계속되는 '달리트' 비극

김다영 2022. 9.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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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라킴푸르 지역에서 불가촉천민인 10대 자매 2명이 납치된 뒤 끝내 살해된 채 발견됐다. 사진은 자매가 발견된 장소. AP=연합뉴스


인도의 잔존하는 계급제도인 카스트제도에서 최하층인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의 10대 자매가 14일(현지시간) 나무에 매달린 사체로 발견됐다고 BBC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 자매들은 엄마가 보는 앞에서 남성들에게 납치된 뒤 성폭행·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라킴푸르 지역에서 이날 오후 자매의 시신이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자매가 납치돼 성폭행당했다는 유가족들의 주장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으며 시신 부검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6명의 남성이 성폭행 및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숨진 자매의 모친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토바이를 탄 남자들이 자매를 납치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녀는 딸들의 납치를 막으려다 남성들에게 공격을 받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경찰은 숨진 자매가 사탕수수 밭으로 끌려가 성폭행당한 뒤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보고있다. 또 범인들이 이들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시신을 나무에 매달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숨진 자매는 모두 만 18살이 안 된 미성년자들이다.

지난 2020년 10월 10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달리트 여성이 강간 살해당한 뒤, 시민들이 달리트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춰 달라는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억명으로 추산되는 인도의 달리트는 카스트제도의 최하위 계층으로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군인), 바이샤(평민), 수드라(천민) 등 전통적인 카스트 분류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핍박받는 이들이다.

인도는 1950년 헌법을 통해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금지했지만, 달리트는 여전히 학교에 가지 못하고 기피업종에 종사해 생활을 이어가는 등 차별받고 있다. 특히 최하층 계급 여성에 대한 성폭행 범죄가 적지 않게 발생해,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달리트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해 본인 방어가 어렵고 신고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8월 뉴델리 남서부 지역 화장장에서는 물을 구하러 온 9세 달리트 출신 여자아이를 힌두교 승려 등 4명이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무단으로 시신까지 화장하는 일이 발생했다.

2020년 9월에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달리트 계급 19세 소녀가 집 근처 들판에서 남성 4명에게 성폭행·폭행당한 뒤 피투성이 상태로 발견됐다. 피해 소녀는 스카프로 목이 졸리고, 혀가 잘리는 등 '고문' 수준의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목과 척추를 다쳐 신체가 마비되는 등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세상을 떠났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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