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때 원전 지켜낸 울산 '물대포'..태풍땐 포항제철 살렸다

백경서 2022. 9. 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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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에서 보유 중인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이 올해 봄 울진 산불 화재 진압에 이어 이번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바다에서 물을 끌어와 대형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이른바 ‘물대포’로, 올해 초 울산에 전국 처음으로 배치됐다.


물대포, 태풍 때 물 빼내는 데 사용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본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대원들이 중앙119구조본부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투입하여 배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소방청]
17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태풍 ‘힌남노’가 덮친 뒤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울산·포항 등 곳곳에서 배수 작업을 했다. 주로 소방용수로 쓸 바닷물을 퍼 올리는 데 쓰는 펌프를 물을 빼내는 데 이용한 것이다.

울산119화학구조센터 관계자는 “당초 태풍이 울산에 상륙하던 지난 5일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상습 침수지역인 울산 태화시장에 급히 배치됐다”고 했다. 당시 이 시스템은 비교적 저지대인 태화시장에 쏟아진 빗물을 태화강으로 신속히 빼냈다.

다음날인 6일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경북 포항으로 향했다. 당시 포항 남구 한 아파트에 폭우가 쏟아져 지하주차장에 9명이 고립된 상태였다.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약 5400t의 물을 뽑아내 2명(사망 7명)을 기적적으로 구출하는 걸 도왔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직격탄을 맞은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침수로 인한 실종자 7명이 발생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7일에는 아파트 배수 지원을 마치고 울산으로 돌아가던 중 이철우 경북도지사 요청으로 포항제철소에 투입됐다. 당시 포항제철소는 태풍으로 전기설비가 있는 지하설비가 침수돼 일부 공장가동이 중단된 상황이었다.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포항제철 지하에 들어찬 6.6만t이 넘는 물을 짧은 기간에 뽑아내는 위력을 발휘했다. 덕분에 10일부터 포항제철소 일부 고로를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지난 13일 오후까지 포항제철소에는 대용량포방사시스템 등 총 265대의 장비와 소방인력 95명이 투입돼 97개소에 달하는 침수지역에 188만t을 배수했다. 13일 기준으로 일부 제강공장도 정상가동을 시작해 철강반제품 생산도 가능하게 됐다. 다만 공정이 완전히 돌아오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176억 들여 장비 갖춰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 [사진 소방청]

소방청에 따르면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방수포·주펌프·중계펌프·수중펌프·트레일러·지게차 등 모두 17대의 특수장비로 구성돼 있다. 이를 갖추는데 176억원이 쓰였다.

시스템을 가동하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분당 최대 7.5만ℓ의 물을 배출할 수 있다. 대형소방차 26대, 동력펌프 115대가 동시에 방수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소화수를 싣고 다니는 게 아니라 바다에서 실시간으로 물을 끌어와 사용할 수 있다. 지름 30㎝의 대형 소방호스가 2㎞ 떨어진 바다까지 연결된다.

울진 산불 당시 맹활약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지난봄 경북 울진군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맹활약했다. 당시 불씨가 한울 원전 인근까지 번지자, 저지선을 만들어 보호하기도 했다. 지난 1월 효성티앤씨 울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13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을 수 있게 도왔다.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이 없어 재난 대응에 애를 먹은 적도 있다. 2018년 경기 고양시 저유소 폭발사고 때가 그랬다. 당시 폭발로 불이 17시간 만에야 겨우 꺼졌고, 128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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