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심하다" 오은영도 놀란 금쪽이 울음, 예상 밖의 진단
[김종성 기자]
▲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아이의 울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부모의 입장에서 굉장히 고민되는 일이다. '감정적 소통'과 '단호한 대처'를 병행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현실에서 적용하고 수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힘들고 지치기 마련이다. 또,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16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가 등장했다.
영상 속 금쪽이(7살 딸)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장소불문 문제를 일으켰고, 그 때문에 외출조차 쉽지 않았다. 엄마는 감옥이 되어버린 일상에 눈물을 흘렸다. 울음은 갈수록 심해졌고, 시간도 길어졌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울기 시작해 잠들 때까지 거의 온종일 울었다. 이유도 없었다. 당연히 주변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엄마 입장에서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
"아이가 많이 울면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하는 게 '어디가 아픈가?' 그런 생각을 해봐야 하니까 부모는 걱정을 할 테고, 주변에서는 혹시나 저 집 안에서 아이를 불편하게 하는 학대 같은 게 있는지 굉장히 신경쓰고 보거든요." (오은영)
장난감을 사기 위해 마트로 이동하던 중, 버스에 탑승한 금쪽이는 어딘가 불편한지 "언제 내려?"라고 계속해서 물었다.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잠시 후, 금쪽이의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밀폐된 버스를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가득 채웠다. 금쪽이는 다짜고짜 내리겠다고 떼를 썼다. 난처해진 엄마는 금쪽이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오은영 박사는 얼마 전 제주행 비행기 안에서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폭언을 한 남성과 관련한 논란을 상기시켰다. 그는 대중교통은 다수가 이용하는 것이므로 주변인에 대한 기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대중교통 내에서 아이가 울 때는 "아이가 울어서 죄송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엄마의 사과를 들은 아이도 조심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동생을 씻기고 있었다. 혼자 학습지를 풀던 금쪽이는 엄마를 애타게 찾았다. 투정을 부리며 엄마를 불러댔다. 엄마는 서둘러 동생을 침대에 눕히고 금쪽이 옆으로 갔다. 그러자 금쪽이는 미소를 지으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 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동생이 잠투정을 하자 엄마는 다시 동생에게 향했고, 금쪽이는 엄마에게 옆에 있으라며 울며 떼를 썼다.
난감해진 엄마는 동생을 재우고 갈 테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사정했지만, 금쪽이는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결국 금쪽이는 엄마를 향해 '발목을 꺾으며' 이상하게 걸어갔다.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엄마는 금쪽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발을 꺾고, 그러면서 울음도 폭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유를 묻자 '불편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대답했다. 부모는 혹시 '틱'이 아닐까 우려하고 있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갔을 때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펼쳐졌다. 금쪽이는 치즈를 사달라고 졸랐는데, 엄마가 안 된다고 설명하자 울음을 터뜨렸다. 동생까지 따라 울자 엄마는 망연자실했다. 금쪽이는 계속 쩌렁쩌렁 울며 발을 꺾기 시작했다. 속상한 엄마가 말려봤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보란 듯 더 심하게 꺾었다. 엄마는 무력하게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도대체 발은 왜 꺾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틱'은 아니다. 오은영은 '틱'은 불수의적인 움직임, 즉 의지와 상관없는 행동이라고 설명하면서 금쪽이가 발을 꺾는 행동에는 명확히 '의도'가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발을 꺾으면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금쪽이가 발을 꺾을 때마다 부모는 다칠까 걱정되는 마음에 쩔쩔맬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금쪽이만의 문제 해결 패턴으로 고착된 것이다.
"진짜 심하다. 심각한 수준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울 수 있어요. 어떨 때는 악을 쓰고 울기도 해요. 근데 일상에서도 매번 이런다면 너무나 큰 문제예요." (오은영)
오은영은 그밖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금쪽이의 울음을 관찰하다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두 손을 들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금쪽이의 끊임없는 울음에 엄마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영상 속에서 엄마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사랑하는 딸이지만 너무 고통스러운 듯했다. 이젠 반응할 기력조차 없어 보였다. 안아달라는 금쪽이의 요청에도 꼼짝하지 못했다.
▲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도대체 금쪽이는 왜 우는 걸까. 적어도 '슬픔'은 아닌 듯했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울음의 기저는 '화(Anger)'라고 설명했다. 물론 화에도 종류가 있다. 정당성 있는 화, 짜증날 때 내는 화, 공격적인 화, 분노 발작이 그것이다. 분노 발작이란 욕구나 필요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것을 의미하는데, 금쪽이는 분노 발작을 포함해 여러 개에 해당됐다.
"'생명의 전화' 같은 곳에 전화한 적도 있어요. 4번 정도 했었어요. 내가 죽으면 다 끝나는 건가." (금쪽이 엄마)
아이를 이해하는 데 있어 기질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어떻게 양육했는지를 알아보는 게 우선이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불편을 견디는 능력 발달이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엄마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었다. 엄마는 안간힘을 써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고, 너무 힘들어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공황장애 약을 복용 중이기도 했다.
엄마는 금쪽이의 울음에 속수무책이었다. 엄마로서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한 적이 없었다. 원하는 바를 들어주거나 제풀에 지치게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엄마는 반복되는 무력감에 노출되어 있었고, 예측할 수 없는 금쪽이의 울음에 불암을 느끼고 있었다. 금쪽이와 있으면 언제나 극도의 불안 상태였다. 오은영은 엄마의 어린 시절에 대해 질문했다. 거기에 답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엄마는 너무나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자책했던 끔찍했던 시절이었다. 어쩌면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느낀 무력감과 금쪽이 울음에 속수무책이 되며 느끼는 무력감은 엄마에게 비슷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가 강압적인 면이 전혀 없는 지금의 금쪽의 아빠를 좋아하게 된 건 그 때문이리라. 천생연분인 셈이다.
한편, 오은영은 또 다른 문제를 찾아냈다. 금쪽이 엄마가 '성인 ADHD'라는 것이다. 정확히는 '집중력 저하형 ADHD'였는데, 이 유형의 경우 행동 문제는 없으나 딴 생각과 멍때리기가 잦고, 시간 맞추기가 여럽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 한다. 또, 모호한 불안감이 많다. 계획을 하고 성공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고, 감정 기복도 심한 편이다.
"금쪽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너무 좋기도 한데요. 자기중심적인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 때문에 불편한 거예요."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에게 감정 조절을 가르쳐야 하는데, 엄마가 주의력에 문제가 있으면 원활한 정서적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엄격한 아버지에게 자란 유년 시절 탓에 정서 소통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또, 금쪽이가 양가 감정 탓에 불안정 애착 중 집착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적절한 감정적 반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쪽 처방은 모녀 동반으로 진행됐다. 금쪽이는 정서적 불편함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기초로 돌아가서 감정을 하나씩 가르쳐야 한다. 다만, 엄마도 그런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었다. 오은영을 만난 금쪽이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엄마 품으로 숨었다. 오은영은 이때 바람직한 대처 방법은 스스로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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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울고 소리 지를 때 대처 방법
1. 다리 꺾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안거나 붙잡기
2. 위험한 행동임을 단호하게 설명하기
3. 멈추고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기
4. 감정 소강상태를 놓치지 않고 훈육하기
집으로 돌아간 후, 금쪽이의 울음이 다시 폭발했다. 엄마는 화장실로 들어가 '상황별 행동 지침'을 읽으며 마음을 추스렸다. 잠시 후 돌아온 엄마는 금쪽이의 다리를 붙잡고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금쪽이는 떼쓰기를 멈추고 앉았다. 엄마는 단호하게 훈육에 나섰다. 달라진 엄마의 모습에 금쪽이의 울음은 확연히 짧아졌다. 이어서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가르쳤다.
엄마와 금쪽이의 노력은 계속 이어졌다. 기다림 놀이와 요가를 하며 참는 법을 배워나갔고, 힐링 승마를 통해 말과 교감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키웠다. 과연 금쪽이는 달라졌을까. 며칠 뒤, 마트에 간 금쪽이는 다시 불편함을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걸까. 엄마는 마트 직원에게 양해를 구한 후 금쪽이를 데리고 사람들이 없는 장소로 이동했다.
엄마이 단호한 주의를 받은 금쪽이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울음을 그쳤다. 이전과 달리 스스로 눈물을 참아낸 것이다.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금쪽이와 함께 다시 마트 쇼핑을 시작했다. 모녀 동반 처방을 통해 엄마와 금쪽이는 함께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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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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