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친문이자 친명"..'文 그림자'서 이재명계 핵심된 김병기 왜
2016년 1월 26일 문재인 전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은 4ㆍ13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영입 인사를 발표했다. 20여년간 국가정보원에서만 활동해 대중엔 알려지지 않은 김병기 의원(현재 재선)이 주인공이었다. 직후 김 의원은 서울 동작갑 국회의원 선거에 전략 공천돼 후보로 나섰다. 문 전 대통령은 총선 선거운동 마지막 날 “출마자 중 김병기ㆍ조응천 후보 두 사람이 계속 눈에 밟힌다”(페이스북)며 지지를 호소했을 정도로 그를 각별히 아꼈다.
무명에 가까웠던 김 의원은 결국 이명박 정부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인 이상휘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 후 김 의원의 후원회장도 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국면에선 김 의원이 문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그는 각종 집회ㆍ유세에서 “세상 사람이 모두 부패한다고 해도 그분은 부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는 그 사람의 그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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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그림자” 김병기…李에 계양을 출마 권유하며 친명 핵심 부상
그런 김 의원이 지난 14일 이재명 대표 체제의 수석사무부총장으로 임명되자 당내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이 자리는 사무총장을 보좌해 당의 예산과 인사, 차기 총선 공천을 결정하는 요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 주변에선 “사무처만큼은 로열티가 강한 사람이 운용해야 한다”(친명계 초선 의원)는 의견이 있던 터라, 당내엔 “문 전 대통령 영입 인사가 이제 친명계 핵심 인사로 완벽히 변신해 공식 도장까지 찍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의정 생활 대부분 친문으로만 분류됐을 뿐, 이 대표와의 접점은 거의 없었다.
6년여 ‘문재인 키즈’로 불렸던 그가 친명계로 바뀐 과정은 짧지만 굵었다. 지난해 이재명 대선 캠프 현안대응 TF 단장을 맡은 게 제대로된 인연의 첫 시작이었다. 당시 캠프 관계자는“이 대표와 별다른 인연은 없었지만, 국정원 출신이란 이력을 보고 발탁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업무로 만난 사이지만, 이때부터 네거티브 대응 등에서 성과를 내며 그는 친명 그룹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마침 경기도청 비서관 출신인 김모씨가 TF 선임팀장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자연스레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오랜 실무자 측근 그룹과도 가까워졌다.
그러다 핵심으로 떠오른 건 이 대표가 6ㆍ1지방선거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고심하던 때였다. 김영진 의원 등 원조 친명계인 ‘7인회’의 대다수는 물론 복심인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조차 출마를 반대할 때, 총대를 메고 출마를 권유한 게 바로 김 의원과 박찬대 최고위원이었다.
7인회 소속의 한 의원은 “모두가 반대만 할 때 김 의원이 원하는 답을 말해줬으니, 이 대표의 신뢰가 커진 게 당연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친명계 관계자도 “김영진 의원 등이 이 대표와 한발 멀어질 기미가 보이자, 김 의원이 재빨리 한발 다가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가 8ㆍ28 전당대회를 준비할 때 친명계 텔레그램 채팅방을 개설해 조직적인 지원에 나선 것도 김 의원이었다. 초기 20여명으로 시작한 채팅방은 현재 70명 가까운 인원이 참여하며 친명계 의원의 대표적인 커뮤니티가 됐다.
그래서 전당대회 중 일찌감치 그가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핵심역할을 맡을 거란 전망이 많았다. 러닝메이트격 최고위원 후보로도 언급됐고, 관례상 3선 이상이 맡아온 사무총장에도 검토될 정도였다.
주류 교체기 기회주의 지적도…金 “나는 친문이자 친명”
다만 김 의원을 향한 불편한 시선도 없지 않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친문에서 친명으로 주류가 교체될 기미가 보이자, 바로 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저버리고 신분 세탁을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6ㆍ1 지방선거 때 실무를 했던 당 관계자는 “동작갑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갈등이 꽤 컸었다”며 “지역구에 잡음이 있는 김 의원이 차기 총선 공천에서 페널티를 받지 않기 위해 권력자에 줄 선 것 아니냐”는 주장도 했다.
이런 반응에 김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문과 친명은 다르지 않다”며 “굳이 구분한다고 쳐도 나는 친문이자 친명인 의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체제에서 요직을 맡은 데 대해서도 그는 “제가 국정원 다닐 때 인사와 예산 업무를 해봤다”며 “친명계라 당직을 맡았다는 시선이 있는 것도 알지만, 그와 무관하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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