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에 엇갈린 희비.. U-18 야구대표팀, 대만에 3-2 승리
[유준상 기자]
모두가 두려워하는 상대를 만나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나로 똘똘 뭉친 선수들은 패기로 맞섰고 '강적' 대만마저 넘어섰다.
최재호 감독이 이끄는 U-18 청소년 야구대표팀은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 위치한 레콤 파크서 열린 제 30회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U-18 야구월드컵 슈퍼 라운드 대만전에서 3-2로 승리를 거두었다. 파죽지세를 달리던 대만에게 대회 첫 패를 안겼다.
오프닝 라운드에서 미국에 3-8로 패배했던 대표팀은 결승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해서는 대만에 5점 차 이상 승리가 필요했다. 세 팀 이상 성적이 같을 경우 득실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16일에 열린 미국-대만전서 대만이 6-2로 이기면서 셈법이 조금 복잡해졌다.
그래도 대표팀의 1차적인 목표는 '승리'였다. 남은 일정에서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안전하게 승수를 쌓고 슈퍼 라운드 마지막날을 맞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설령 결승 진출이 좌절되더라도 3-4위전 진출도 생각해야 했다.
대표팀은 정준영(중견수, 장충고)-문현빈(2루수, 북일고)-김민석(1루수, 휘문고)-김범석(지명타자, 경남고)-김동헌(포수, 충암고)-김정민(우익수, 경남고)-박한결(좌익수, 경북고)-박태완(유격수, 유신고)-정대선(3루수, 세광고)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브라질전과 네덜란드전에서 호투를 펼친 황준서(장충고)가 선발투수로 출격했다.
▲ 17일(한국시간) 대만과 슈퍼라운드 경기에 선발 등판한 황준서 |
ⓒ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
갑작스러운 중단에도 문제 없었던 대표팀
황준서와 황 바오뤄의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간 가운데, 두 팀 모두 5회 무사 1루의 기회를 점수 없이 마무리했다. 0-0의 균형은 좀처럼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약 70분 만에 5이닝이 지나갔다.
6회초 돌입에 앞서 변수가 발생했다. 현지 비 예보를 감안해 심판진이 일찌감치 경기를 중단시킨 것이다. 경기 일정이 밀리거나 개시 시각이 늦어진 적은 있어도 경기 중단은 이번 대회 들어서 대표팀이 처음 겪는 일이었다. 덕아웃으로 들어간 선수들이 폭우를 대비해 짐을 싸서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2시간여 동안 대기한 끝에 경기가 재개됐고 두 팀 모두 7회까지 점수를 뽑지 못해 연장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대표팀은 8회초 1사 2, 3루서 대만 3루수 황 지예시의 송구 실책을 시작으로 3점을 뽑아내면서 대만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다만 이어진 1사 만루의 기회를 더블아웃으로 무산시킨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6회말부터 구원 등판한 김서현(서울고)이 8회말 2사 만루서 황 지예시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2명의 주자가 홈으로 향했다. 그러나 내야에 있던 야수들이 2루로 가던 황 지예시를 태그 아웃으로 잡아내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대한민국 선수들은 두 팔 벌려 환호했다.
▲ 17일(한국시간) 대만과 슈퍼라운드 경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는 최재호 감독 |
ⓒ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
결승행 가능성 높지 않지만... 메달 도전은 진행 중
대만을 5점 차 이상으로 제압하지 못한 대표팀은 결승에 진출할지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대만, 미국의 결승행에 무게가 쏠린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시차 적응과 낯선 환경 등 모든 게 익숙하지 않은 상태서 임해야 했던 미국전 패배가 떠오른다. 점수 차라도 작았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5점 차로 진 것이 슈퍼 라운드 결과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일단 대표팀은 남은 일정에 집중하려고 한다. 18일 새벽 1시 30분부터 멕시코와 슈퍼 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슈퍼 라운드에 진출한 6개 팀의 순위가 결정되면 이에 따라서 결승전(19일 새벽 3시) 혹은 동메달 결정전(18일 밤 11시)을 소화할 예정이다.
2008년(캐나다 애드먼튼) 이후 14년 만의 정상 도전은 물 건너가도 2015년, 2017년, 2019년에 이어 4개 대회 연속 메달 도전은 여전히 유효하다. 멕시코를 이기고 나서 나머지 팀들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일본과 경기 도중 교체된 김영후(강릉고) 등 이미 대표팀에는 '부상 경계령'이 내려졌다. 그 어떠한 것보다도 어느 한 명도 큰 부상 없이 대회를 마무리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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