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찢어질 정도로 주워간다" 북한산은 지금 '도토리 전쟁'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도봉구 도봉동 북한산국립공원. 배밭과 인접한 탐방로 인근 신갈나무 등 참나무류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60대 남녀 2명이 숲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비닐봉지에 연신 주워 담고 있었다. 이들은 봉지 4분의 1가량 도토리가 모일 만큼 한동안 이 일대에서 도토리를 봉지에 주워 담은 상태였다.
순찰 중이던 국립공원공단 직원에 의해 적발된 이들은 인근에 사는 주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도토리를 조금 주워다 집에서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을 생각이었다”고 공단 직원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국립공원 지역에서의 도토리 등 열매와 임산물 채취는 불법 행위다.
공단 직원은 이들에게 ‘착한탐방안내 지도장’을 발부하고 “국립공원에서 한 차례 더 도토리 무단으로 채취하다가 적발되면 자연공원법 제86조에 따라 최대 3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며 주의를 준 뒤 도토리를 전량 압수한 후 돌려보냈다. 공단 직원은 곧이어 압수한 도토리를 주변 숲속에 뿌려줬다. 공단 관계자는 “이들이 처음 적발된 데다 주운 도토리의 양도 많지 않아 계도 조치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지역, 도토리 줍는 등산객·주민 등 몰려
도토리 철을 맞아 북한산국립공원 등지에 ‘도토리 사수 비상’이 걸렸다. 본격적인 산행 철을 맞아 도토리를 주워가려는 등산객이 늘고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도토리를 주워가려 밀려들고 있어서다.
지난달 26일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는 도토리 무단 채취를 강력히 단속해달라는 의미심장한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올해도 도토리와의 전쟁이 시작됐네요. 오늘 보니 아주머니들이 벌써 도토리를 줍기 시작합니다. ‘줍지 마시라’ 하면 ‘예’ 하고 대답은 잘하십니다. 사진 찍고 나서 신고한다고 하면 잠시 멈칫”이라고 적었다. 이어 “아주머니, 아저씨 가릴 것 없이 엄청나게 도토리 주워갑니다. 배낭 밑이 찢어질 듯 보입니다. 북한산성계곡-노적사-중흥사 이쪽이 심한 것 같습니다. 단속 좀 강력하게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이에 국립공원공단 측은 “국립공원 내에서 야생식물을 채취하는 행위는 자연공원법 제82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며 “가을철에 대비해 현장순찰을 강화하고 기획단속을 통해 도토리 채취 현장을 적발할 경우 전량 압수하는 등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답변했다. 공단 측은 “다만 지역주민과 어르신들이 개인적으로 도토리를 주워가는 행위에 대해 고발 및 처벌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이해를 당부했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 8∼9월 7명 적발
16일 서울 도봉구와 경기 양주시, 의정부시 지역을 관할하는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도토리를 무단 채취하다 2명이 적발됐고, 올해는 같은 기간 7명의 주민과 등산객이 적발됐다. 사무소 측은 “이들이 모두 처음 적발된 데다 주운 도토리 양도 많지 않아 고발 조치 대신 계도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16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특별 단속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16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2022년 가을철 산림 내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한다. 송이·능이 버섯, 잣 등 임산물의 무단 굴·채취 등으로 인한 산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도와 시·군 담당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기동단속반’을 편성해 면밀한 단속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수목 경기도 산림과장은 “산림 내 불법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계도·단속과 엄정한 법 집행으로 경각심을 제고할 것”이라며 “불법행위로부터 소중한 산림자원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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