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에 강한 서울시 자치구 비결 무엇?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공무원들에게 홍보란 과연 무엇인가?”
서울 한 자치구 과장이 던진 질문이다.
평생을 행정 공무원으로 살아온 자신이지만 여전히 ‘홍보 마인드’가 약한 점을 실토한 것이다. 이 과장 뿐 아니다. 대부분 공무원들은 홍보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다.
자신이 만든 행정 콘텐츠를 홍보한다고 큰 메리트가 돌아온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부서에서 만든 정책을 일일이 물어 홍보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의 최종 종착점은 역시 홍보”라는 서울시 언론담당관 출신 이영기 관악구 부구청장 홍보관은 설득력을 얻는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 놓아도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않으면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 구청장 홍보 관심 가져야 좋은 콘텐츠 나온다
서울시는 전통적으로 무슨 사업을 할 경우 마지막에 홍보대책을 마련, 보고해야 결재가 난다. 이처럼 홍보에 대한 기본적인 틀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자치구는 사업 내용이 크지 않아 홍보 마인드가 낮은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역시 홍보는 행정 최고 책임자가 관심을 가져야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 서울시장과 25개 구청장은 홍보 마인드가 강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치적을 알리는 가장 큰 수단이 바로 홍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선출된 정치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홍보에 대한 강한 마인드를 갖고 있다. 다만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좋은 인재를 발굴, 배치하느냐에 따라 조직 전체가 홍보 열정을 갖게 된다.
서울 한 자치구 간부는 “역시 홍보는 최종 인사권자가 어떤 마인드를 갖느냐에 따라 홍보 질이 결정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단체장이 홍보에 대한 관심을 덜 표명할 경우 공무원 생리상 홍보에 대한 열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지방자치 역사가 쌓이면서 민선8기 들어 단체장들의 홍보에 대한 열정이 높아지면서 서울시 25개 자치구들도 홍보 전쟁에 돌입한 모양이다.
특히 서울시 대변인 출신 재선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물론 안준호 강남구 부구청장, 김인철 노원구 부구청장, 언론담당관 출신 이영기 관악구 부구청장, 강옥현 양천구 부구청장 등이 홍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홍보 열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홍보도 역시 시스템으로 해야 지속 가능
구청장과 부구청장 등 1·2인자들의 홍보 마인드와 함께 역시 지속가능한 홍보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역시 시스템 구축이 가장 필요하다.
현재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홍보 체계가 안정적인 자치구는 역시 성동구다. 성동구는 정원오 구청장의 앞선 정책 마인드에다 한영희 전 부구청장 시절부터 이어져온 홍보대책회의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특히 성동구는 유보화 부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주 1회 홍보과와 홍보차담회 개최는 물론 정기적인 국,과장들 참석 홍보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런 때문에 국장들이 매주 주요 보도계획을 챙기면서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자치구 부구청장은 “부구청장은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바로 홍보 업무를 챙기는 것”이라며“ 구청장이 직접 홍보를 이것 홍보해라, 말라고 하기 앞서 부구청장이 챙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치구 부구청장은 서울시와 업무가 문제 생길 것 같은 경우 미리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홍보 업무를 잘 챙길 경우 구청장이 높은 평가를 할 것이 때문이다.
이와함께 부구청장은 때론 구청장 대신 야단(?)도 치면서 조직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면 부족함 없는 ‘1등 부구청장’으로 장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악구는 이영기 부구청장 부임 이후 월 1회 하던 홍보전략회의를 월 2회로 늘렸다. 양천구 강옥현 부구청장은 얼마전 “아직 홍보에 대한 본격적인 업무 챙기기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해 본격적인 홍보 챙기기 시동을 걸 뜻을 내비췄다.
이들 자치구는 이런 노력 때문에 그래도 좋은 홍보 콘텐츠가 나오고 있어 다른 자치구 관계자들의 홍보 노하우 벤치마킹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홍보에 앞선 자치구들은 홍보과만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각 과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민선 4기 후반기 2년 동대문구는 구청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각 과 직원들을 ‘홍보 담당’으로 지명, 교육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 언론담당관 출신 당시 구청장 권한대행은 “전 공무원들에게 언론 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런 제도를 도입해 상당한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서울시 자치구 간부는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돼 있는데다 기본적으로 민간 회사원에 비해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갖고 있어 홍보에 적극성을 갖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볼 때 공무원들에게 홍보 열정을 기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서울시민과 자치구민들에게 알리는 홍보 업무에 대한 중요성을 기본적으로 갖는 게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더욱 커지고 있는 또한 사실이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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