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조 시장 잡아라..K-게임, 콘솔시장 정조준
국내 게임업계가 글로벌 콘솔시장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국 게임사는 콘솔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콘솔시장 규모가 점점 확대되면서, 이러한 시도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 권위 있는 글로벌 게임쇼에서 콘솔 신작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네오위즈 ‘P의 거짓’,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등 AAA급 게임의 경우 존재감을 드러내며 글로벌 이용자들에게도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P의 거짓은 동화 ‘피노키오’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내년 플레이스테이션(PS)5 및 Xbox Series X|S, PC로 출시될 예정이다. 19세기 말 벨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혹 동화 소울라이크 액션RPG로 제작된 이 게임은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2에서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 △가장 기대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등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P의 거짓은 기괴한 몬스터와 박진감 넘치는 보스전, 다양한 무기와 스킬을 활용한 화려한 액션으로 소울라이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개된 인게임 영상에서는 주인공 피노키오가 신체의 일부를 개조해 새로운 스킬을 얻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습득한 스킬은 반드시 전투 스킬이 아닌 여러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P의 거짓을 개발한 최지원 PD는 지난해 11월 진행한 미디어 인터뷰에서 "소울라이크 장르는 특정 제작사만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금단의 영역이라고 말하지만, 이 영역을 한번 허물고 싶다"며"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소울라이크라는 장르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제작사가 있다는 평을 듣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글로벌 이용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 커뮤니티 레딧의 한 이용자는 “고풍스러우면서도 기괴한 음향과 스팀펑크 풍의 배경이 정말 마음에 든다”면서 “피노키오를 콘셉트로 삼았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다”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에는 작성자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댓글이 20건 이상 달렸다.
지난 14일 소니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행사를 통해 공개된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역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플레이스테이션 발표회 당시 ‘프로젝트 이브’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이 게임은 괴생명체에 의해 지배당하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PS5 기간 독점으로 내년 출시될 예정이다.
이 게임은 2019년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당시 미래를 배경으로 한 흥미로운 스토리, 미려한 그래픽으로 글로벌 유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는 콘솔 플랫폼 단독으로 출시되는 대작(AAA)급 타이틀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독특한 아트스타일로 유명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디렉터를 맡은 것도 화제였다. 여기에 인플루언서로 활약 중인 모델 신재은이 이브의 원형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PS 공식 블로그에는 스텔라 블레이드에 대한 기대를 전하는 게시글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이용자는 “PS5를 구매한 보람이 있다”며 “SF 미학과 캐릭터 디자인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평을 남겼다.
명작 호러게임 ‘데드 스페이스’의 제작자 글렌 스코필드가 선보이는 크래프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 역시 많은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2320년 목성의 위성인 ‘칼리스토’에서 벌어지는 생존 스토리를 담고 있는 서바이벌 호러 게임이다.
이용자는 칼리스토의 교도소 ‘블랙아이언’을 탈출하고 전염병 사태로부터 생존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근거리 전투 및 슈팅 조합 활용 등의 전술을 통해 색다른 액션을 느낄 수 있다. 공포가 중요한 게임인 만큼 ‘호러 엔지니어링’이라는 독특한 게임 디자인 방식을 도입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지난달 열린 게임스컴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스코필드 대표는 지난달 23일 2022 게임스컴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 무대에 올라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새로운 영상을 소개했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촉수와 한 몸이 된 감염자가 주인공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나와 호러게임 팬들을 설레게 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오는 12월 2일 PS4, PS5, Xbox One, Xbox 시리즈 X/S, PC 등을 통해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AAA급의 규모는 아니지만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이 개발한 ‘데이브 더 다이버’도 많은 호평을 받았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지스타 2018’에서 넥슨이 ‘데이브’라는 명칭으로 공개한 모바일 게임을 기반으로 개발된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 장르의 작품이다. 이 게임은 2D픽셀과 3D가 결합된 독특한 아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다음 달 중 ‘스팀’에서 얼리 액세스(미리해보기)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후 닌텐도 스위치 등의 콘솔로 출시될 예정이다.
게임의 메인 콘텐츠로는 바닷속을 탐험하며 해양 재료를 포획하는 ‘블루홀 탐사’, 포획한 재료로 게임 내 재화를 벌 수 있는 ‘초밥집’ 운영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이 게임은 지난 6월 진행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황재호 디렉터는 지난 7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넥슨, 그리고 한국에서 시도하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의의를 떠나, 게임 그 자체로도 다채롭고 새로운 요소를 가득 담고 있는 타이틀”이라며 “국내외 유저분들이 엄지를 치켜 올릴 만한 게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 콘솔 열풍이 부는 것은 시장 성장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게임시장 분석기업 뉴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콘솔 플랫폼의 B2C(기업·소비자간 거래)매출은 569억 달러(한화 약 72조원)으로, 전년대비 8.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성장률은 모바일(5.7%), PC(3.2%)보다 높은 수치로 전체 게임 플랫폼 중 1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국내 게임사들은 모바일과 PC 시장에서 선전해왔기 때문에 콘솔 시장에서 뒤처져 있었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팬데믹 이후 상황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의 성장세는2019년 10.5%에서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 7.8%, 2021년에는 6.7%로 둔화했다.앞서 언급한 콘솔 신작들이 준비되는 이유도 이와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엔진 상용화 등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도 국내 게임사의 콘솔 시장 진입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는 북미·유럽·일본 등 게임강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언리얼 엔진4를 중심으로 국내 게임업계에도 다양한 게임엔진이 널리 활용되면서 콘솔 작품의 퀄리티가 높아졌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임업계 관계자 A씨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 게임이 ‘GOTY(Game of The Year)’로 선정된다고 하면 코웃음 치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정말 AAA급 규모의 작품이 출시되는 것을 보면, 한국게임의 위상이 확실히 높아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기쁨을 전했다. A씨는 “넥슨, 엔씨, 크래프톤, 네오위즈와 같은 대형 게임사 외에도 중소 규모의 개발사도 콘솔 시장 개척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모바일 게임 편향 경향이 강한 한국 게임업계에도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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