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티 테이블] 용기의 시작은 나를 발견하는 것

이지현 2022. 9. 17.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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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가치 있는 일 앞에 섰을 때 ‘아름다운 두려움’이란 용기를 내게 된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맞설 각오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용기는 두려움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두려워하는 것을 담대한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다. 용기의 반대말은 ‘두려움’이 아닐까.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두려움의 종류는 많지만, 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이며 이때 필요한 것이 용기다.

상담가들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려면 ‘자기 긍정’이 아닌 ‘자기 수용’이 먼저라고 말한다. 자기 긍정이란 어떤 일을 할 수 없으면서도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라고 스스로 암시하는 것이다. 자기 수용은 어떤 일을 하지 못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다. 즉 변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두려움을 못 벗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삶을 타인에게 맡기고 있어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과 향하는 곳을 알면 타인의 중요성은 뚜렷하게 약해진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모호할수록 타인의 목소리와 주변의 혼란, 소셜미디어의 통계와 정보 등이 점점 커지면서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미국의 작가 앤 라모트는 ‘나쁜 날들에 필요한 말들’에서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한 번쯤 자신의 결함을 드러낸 경험이 있다. 인간다운 결함을. 그런데 이는 인격과 공감하는 능력을 발전시킨다. 영혼을 성장시키는 데도 좋다. 사막을 횡단하거나 밀림을 통과할 때처럼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는 것이 결코 시간 낭비인 것은 아니다. 그러다 인생을, 야생화를, 화석을, 물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면 배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타인을 신뢰하며 누군가를 위해 공헌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용기의 시작은 자기 수용을 통한 ‘자아 발견’이다. 자아 발견이란 자신의 상태와 존재 이유를 아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어떤 환경과 조건에 처해 있고,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가지며, 자신의 이상이 무엇인지, 주위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 나갈지를 알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자아를 발견하면 자신이 결코 시시한 존재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또 자아를 발견하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 남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다. 인간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낄 때만 용기를 얻는다. ‘나는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생의 과제에 직면할 용기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방법이다. 나를 올바로 비춰주는 ‘거울’을 찾아야 한다. 나의 감정을 그에게 말하고 그가 비춰주는 나를 봐야 한다. 나의 장단점을 모두 알면서도 마음 깊이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친구, 가족, 상담가 등 지지 그룹을 통해 이런 만남이 이어지면 마음에 건강한 거울이 생긴다. ‘완벽하지 않아도 이만하면 괜찮아’라는 감정을 가질 수 있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인정할 때 용기를 낼 수 있다.

또 나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면 ‘감정 일기’를 써본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감정 경험이 있다면 기록해 본다. 내 마음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기록한다. 개인 정신분석이나 목사님의 설교, 책 읽기를 통해서도 자아를 성찰할 수 있다.

또 자신을 돌보는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고 일에 우선순위를 둔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은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 동시에 많은 일을 해낼 수 없어서 조바심이 날 때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쳐본다.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자. 그리고 천천히 해보자.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어떤 일에 성공하거나 잘 끝내면 자신에게 상을 준다. 맛있는 것을 먹어도 좋고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는 것도 좋다. 어린 시절 상처받을 정도로 패배한 경험이 있는지 떠올리며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고 분석할 필요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채운다면 그것이 건강한 인생이다.

이지현 종교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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