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스토킹 살인이 '보복' 사건? 이의 있습니다

신상호 2022. 9. 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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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하철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이 대부분 '보복살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언론들이 이번 사건 보도에 자주 사용하는 '보복'이라는 단어는, 스토킹 살인 사건의 맥락상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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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이라는 단어, 피해자에 책임 전가 우려.. "2차 가해 없도록 용어 바꿔야"

[신상호 기자]

▲ 여가위원들이 남긴 추모메시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과 의원들이 쓴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 공동취재사진
 
서울 지하철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이 대부분 '보복살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복'이라는 용어가 범죄 발생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일부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은 역내 화장실 순찰을 돌던 역무원이 동료 직원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숨진 역무원은 그동안 가해자로부터 지속적인 스토킹 피해를 당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스토킹 범죄로 재판을 받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계획한 범죄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사건을 다루는 언론 기사들을 보면 '보복살인'이라는 용어가 유달리 많이 등장한다.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동아일보> 등 신문들도 앞다퉈 '보복'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300차례 스토킹에도 영장 기각… 고소한 女역무원 보복살인 (동아일보)
신당역 피의자 보복살인 적용 검토... 오늘 구속 여부 결정 (YTN)
'스토킹 피해' 지하철 역무원 피살… "선고 앞두고 보복" (KBS)
역무원 피살‥. '스토킹' 판결 앞두고 보복 범죄 (MBC)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에서도 '보복살인'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신당역 사건 기사가 줄줄이 검색되고 있다.

이처럼 언론들이 보복살인이라고 쓰는 까닭은, 법률상 용어가 그렇게 정의된 탓도 있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 신고로 스토킹 범죄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에 해당된다. 보복범죄에 대한 법률 조항은 아래와 같다.
제5조의9(보복범죄의 가중처벌 등)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하여 고소·고발 등 수사단서의 제공, 진술, 증언 또는 자료제출에 대한 보복의 목적으로 형법 제250조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 법은 형사사건의 피고인(피고)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나 진술을 한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를 '보복범죄'로 규정했다.
보복살인? 특정 사건에서는 사용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
 
 16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 여성화장실 입구에 스토킹 살인사건의 희생자인 여성 역무원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모가 붙은 가운데, 지나가던 시민들이 묵념하고 메모지를 작성하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권우성
 
그럼에도 언론들이 이번 사건 보도에 자주 사용하는 '보복'이라는 단어는, 스토킹 살인 사건의 맥락상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보복'의 사전적 의미는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줌'이란 뜻을 담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보복 살인이라고 표현하면, '살인 범죄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건 발생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는 오해를 은연 중에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보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살인의 책임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있다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 경우 살인 사건 피해자는 물론 유족들에게도 심각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도 "보복살인이라는 용어는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고, 그 원한에 대한 보복을 했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언론들이 자세한 설명 없이 이런 표현을 함부로 쓰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법조계 일각에선 보복이라는 단어가 특정 사건에서 사용될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는 "법률에 명시된 보복이라는 용어가 잘못됐다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그 단어가 폭넓게 해석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며 "특정한 상황에서 잘못된 이미지를 형성할 수도 있는 만큼, 적절한 용어로 바꾸는 연구도 필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상임이사는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도 피해자 입장에서 2차 가해가 없도록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보복이라는 단어가 법률적 용어라 하더라도.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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