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中리잔수에 "사드,걸림돌 안돼야"..바이든과는 통화스와프 논의?

박태인 2022. 9. 1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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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20~21일)를 계기로 조율 중인 한·미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16일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의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을 대통령실에서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리 상무위원장은 사드를 “상호 예민한 문제”라 규정하며 “양측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66명의 대규모 수행단과 함께 방한한 리 상무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취임 뒤 만난 중국 최고위급 인사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덕담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사드에 대한 가시 돋힌 논의를 피해가진 못했다.

15일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정부가 사드 기지의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주민과 사드 반대단체의 반발이 커지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리 상무위원장을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도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 한·중 정상회담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향후 30년 간에도 상호 존중과 호혜의 정신에 입각하여 질적으로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30년을 열어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리 상무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초청을 시 주석에게 정확하게 보고하겠다”며 “윤 대통령도 편리한 시기에 방중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방중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에 대한 의지도 리 상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내의 반중 정서를 고려한 듯 “양국 간 교류와 소통을 강화해 상호 우호적인 감정을 쌓아가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리 상무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접견 전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에서 사드와 한국의 칩4(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 참여,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리 상무위원장이 사드 외에도 윤 대통령에게 이와 같은 문제를 제기했는지에 대해 “반도체 동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 정책연구소장은 이번 접견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이 미국에 기울어져 가는 상황을 중국도 가볍게 여겨진 않는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일 정상회담 엇갈린 설명, “만나도 약식으로”


이날 접견을 마친 윤 대통령은 18일부터 5박 7일간 해외 순방길에 오른다. 19일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을 시작으로 영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유엔총회의 주제가 '분기점의 순간'”이라며 “복합적 위기에 유엔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효과적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와 한·일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한 질문엔 “양국의 발전과 여러 글로벌 이슈, 양국의 현안들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에선 인플레 감축법(IRA)과 함께 북한이 ‘선제 핵 공격’을 법제화한 만큼 북핵 대응 방안 역시 논의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IRA는 물론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간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책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어, IRA와 관련해 미국이 한국의 요구에 당장화답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유엔 총회 중 잠시 시간을 내 만나는 약식 형태의 ‘풀 어사이드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가 “한·일도 서로 만나는 게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했다”는 설명과 달리 한·일 외교부 모두 구체적인 정상회담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강제징용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의례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이 16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제일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불안한 환율, 한미 테이블 오를 듯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을 통한 대규모의 경제 외교 활동 계획도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근접하는 등 한국 환율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양국 간 통화스와프 가능성도 거론됐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의 키워드는 세일즈 외교와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 과학기술과 미래 성장산업의 협력 기반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수석은 구체적 계획으로 ▶디지털 포럼 ▶재미 한인과학자 간담회 ▶한·미 스타트업 서밋 ▶K브랜드 엑스포 ▶북미지역 투자가 라운드 테이블 등을 제시하며 “한국에 투자를 확정한 기업들의 투자 신고식 행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은 양국간 통화스와프 논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외환시장에 관한 긴밀한 협의를 하기로 했다”며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논의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 수석은 통화스와프 체결이 양국 중앙은행간의 협의 사항인 만큼 “양국 정상간에 외환시장에 대한 추가 논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 (중앙은행간 협의)는 제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국의 긴밀한 외환시장 협의를 언급한 것일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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