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불편해서 못보겠다" 오겜, 지옥 이어 수리남까지
드라마 '수리남' 속 전요환 목사, 목사보다 교주에 가까워
남미 수리남의 한인교회 목사로 위장한 마약 밀매상 전요환(황정민 분)은 성찬식 포도주에 몰래 마약을 넣어 성도들을 마약중독자로 만들고는 헌금을 갈취한다. 목사가운을 입은 그는 위스키를 마신 후, 분을 못 이겨 십자가를 향해 유리잔을 집어 던지기까지 한다.
수리남에 자신만의 마약, 종교 왕국을 만든 전요환이 검거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 속 전요환은 겉으로는 인자한 척, 목사임을 내세우면서도 돈을 위해선 살인, 마약밀매, 신분 세탁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전형적인 사이비·이단 교주의 모습이지만, 정통교회와 이단을 쉽게 분별하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에게 자칫 복음의 진리보다는 기독교를 향한 왜곡된 인상을 먼저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일보 자문위원 안광복 청주 상당교회 목사는 “하나님 은총을 너무 자극적이고 억지스럽게 표현함으로써 기독교를 의도적으로 비하하려는 마음처럼 느껴져 씁쓸했다”며 “기독교에서 말하는 은혜와 죄, 구원 등이 너무 저급하고 세속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선교연구원 임주은 연구원은 “대중들이 이단과 기독교를 하나의 종교로 바라보지 않도록 신학자, 목사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각종 경로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가 무수히 쏟아지는 시대인 만큼 반기독교 정서를 담거나, 기독교를 희화하는 콘텐츠도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이끈 드라마 ‘오징어 게임’부터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왜곡된 기독교 이미지와 교리를 담은 작품이 최근 연달아 방영됐다. 덩달아 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목회자와 성도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번 ‘수리남’은 그 절정이라 할 만큼 노골적으로 목회를 수단화한 목사를 내세운다.
“우리 내부에 하나님 뜻을 저버린 사탄 들린 놈이 있는 게 분명해”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뜻과 다르면 하나님 뜻을 거역한거라 보는 그를 맹신하는 광신도 모습도 그려졌다. 마치 교회에는 그런 목회자와 성도가 일반적이란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컸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미디어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신앙의 여부와 상관없이 기독교가 흥행을 위해 통용되는 하나의 공식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만큼 종교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제는 기독교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독교인들이 세상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임 연구원도 “대중문화는 시대가 교회를 바라보는 지표”라며 “기독교에 대한 사회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론 미디어 속 부정적 기독교 이미지에 과도하게 발끈해 교화시키려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올바른 진리가 세상에 퍼져나갈 수 있도록 교회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바른미디어 대표 조믿음 목사는 “최근 코로나로 인한 신천지 사태 때 일반 언론이나 사람들은 신천지와 개신교의 차이를 크게 못 느낀다는 정서가 있었다”면서 “무작정 미디어를 비판하기보다는 교회가 왜 세상에 이런 모습으로 비치는지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지나치게 사람들을 설득하려하기 보다는 상식에 맞는 모습을 세상에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밖에는 없을 것 같다”며 “그리스도인들이 상대를 교화시키려고만 하기 보다는 상대의 판단력과 분별력을 믿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역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안 목사는 “성도들이 이럴 때일수록 기독교의 본질인 사랑과 십자가 정신, 예수만이 참된 소망임을 확신하는 신앙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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