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속 양곡관리법 강행..野 "이재명의 민생 작품"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임위 소위에서 단독처리한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6일 “국민이 준 권한을 최대치로 해야 하는 것”이라며 강행 추진을 재차 시사했다. 검·경의 전방위적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이 대표가 소위 ‘민생’ 행보를 통해 사법리스크를 돌파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전북 전주에서 현장 최고위를 열었다. 그는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에 대해 “일각에선 일방통행이라고 지적하지만 저는 이런 것이야말로 속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준 권한을 최대치로 행사해야 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단독 처리에 앞장선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선 “우리 의원님들께 ‘고생했다’고 박수 한번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27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한해 쌀 생산량이 예상수요량의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전년보다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시장격리)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정부가 일부를 매입하는데 민주당 개정안은 전량 매입을 의무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수천억 원의 국가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는 우려에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처리 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건의하겠다”(권성동 원내대표)고 반발하자 오히려 이 대표는 과거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거론하며 맞섰다. 그는 이날 오후 전북 김제에서 가진 농민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께서 대선 후보 때 ‘(초과생산량이 많으면) 시장격리해야한다’고 말씀하신 게 있다. 말이 안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양곡관리법 강행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구체적인 법안 처리 성과를 내서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비판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표에 취임한 뒤 연일 ‘민생’을 주장했지만, 실적이 없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슬로건은 민생이지만 구체적인 법안 처리 성과가 없으면 국민들도 ‘알맹이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아마 한 달 안에 실적을 내야겠다고 이 대표도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직접 나서서 구체적인 민생 관련 대책들을 하나씩 짚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가 지난 2일 광주에 이어 보름도 채 되지 않은 이날 다시 전북에서 현장 최고위를 가진 것을 두고 당내에선 “8·28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호남 민심 이반을 추스르기 위한 행보”란 해석도 나온다. 8·28 전당대회에서 호남 권리당원 투표율은 30%중반대로 종전 전당대회보다 저조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전체 권리당원의 30%에 달하는 호남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야 사법리스크를 안정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의 이런 행보에도 정치권에서는 “검·경 수사망을 회피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날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주거지, 성남FC 등 2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전북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지난 8일 이 대표가 검찰에 의해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서도 여당은 강공을 펴고 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은 법무부에서 받은 이 대표의 공소장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서 제1시책으로 평가받던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주요 현안을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으로부터 수차례 대면 보고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허위사실 공표한 게 문제인데, 잘 안다는 증거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친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는데 (김 전 처장까지) 어떻게 다 기억할 수 있겠나”고 반박했다. 다만 익명을 원한 민주당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민생을 강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본인의 사법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는 것이 정작 그에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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