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재민에 천만원씩 줄 돈"..영빈관 예산 878억 파열음

심새롬 2022. 9.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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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불거진 용산 대통령실의 영빈관 신축 예산 878억원 문제로 16일 여의도와 용산이 모두 시끄러웠다. 기존 영빈관은 국빈 방문 시 공연·만찬 등 공식행사 용도로 쓰던 청와대 경내 건물로, 지난 5월 대통령실 용산 이전 후 관람객에 개방됐다. 대통령실이 이와 별도의 새 영빈관 건물을 짓기 위한 예산을 국회에 신청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도 되기 전에 여야 간의 거센 대치가 먼저 시작됐다.

일반에 개방된 청와대 영빈관 모습. 백종현 기자


대통령실은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대통령실 주요 부속시설 신축 사업’ 항목에 878억6300만원을 편성했다. 사업기간을 2023∼2024년 2년으로 잡고, 내년에 절반 이상인 497억600만원을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전북 전주에서 개최한 현장최고위에서 “수재민 1만명에게 1000만원 가까이 줄 수 있는 돈”이라며 전액 삭감을 공언했다. 그는 “어쨌든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못하는 것 아니냐”라며 “우리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데, 국민 여론에 반하는 예산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건 우리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호언장담한 대통령실 이전 비용 496억원은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예결위 심사를 통해 양치기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날 민주당에서는 “과거 김건희 여사 녹취록에서 ‘청와대 들어가자마자 영빈관을 옮겨야 한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며 “무속인 충고에 국민 혈세 878억6000만원이 더 들어가게 됐다. 복채로 여기기엔 액수가 너무 크다”(김의겸 대변인)는 비판도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홍근 원내대표.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이건 윤석열 정부의 영빈관이 아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영빈관”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날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한 말이었다. 그는 “국익을 높이고 국격에 걸맞게 내외빈을 영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용산 시대에 걸맞은 (새) 영빈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라고 영빈관 신축 필요성을 설명했다.

취임 후 넉 달간 국방컨벤션센터와 전쟁기념관·국립중앙박물관·호텔 등 외부에서 행사를 진행했으나, 당초 예상보다 큰 경호 비용과 시민 불편 등에 건물 신축을 검토한다는 게 대통령실 측 입장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용산 이전 계획을 직접 브리핑하면서 “(청와대를) 개방하더라도 이 건물(영빈관)은 저녁에 국빈만찬 같은 행사 할 때 쓸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날 이에 대해 “시민에게 완전히 개방된 청와대를 (행사 때마다) 부분 통제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전 비용이 당초보다 커졌다는 지적에는 “인수위 시절 밝힌 비용은 직접적인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라며 “영빈관은 대통령실 확장이나 이전을 위해 쓰는 비용은 아니기에 직접적인 이전 비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면서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도 상당하다. 추가로 부속시설을 위한 비용이 필요하다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일단 예산을 신청한 만큼 국회에 충분히 설명하고 협의해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게 되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야당 반대를 뚫고 대통령실 예산안을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민주당은 “이미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예산에 숨겨 추가된 이전비용만 306억9500만원에 달한다”며 “앞으로 국방부와 합참, 경호시설 등 연쇄적으로 이전해야 할 시설과 청와대 직원 숙소 신규건축 등에 예상되는 비용을 다 합치면 1조는 훌쩍 넘을 것”(김 대변인)이라고 송곳 심사를 벼르고 있다.

일단은 국민의힘이 일부라도 사수하기 위한 협상에 나설 태세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기본 설계도도 안나왔는데 무조건 엑스(x)표만 하는 건 졸속 판단”이라며 “불요불급한지 아닌지는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앞서 용산 이전 결정에도 이견이 적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에서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전직 의원)거나 "영빈관 건립을 위한 예산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대통령실 측이 국민들에게 먼저 설명을 했어야 했다"(여당 내 청년 정치인)라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지난달 22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입주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모습. 연합뉴스


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탈원전 추진에 든 예산 낭비를 지적하는 ‘맞불 작전’도 병행 중이다. 먼저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산업부에 청구한 총 7277억4600만원어치의 ‘월성 1호기 비용보전 신청서’를 공개했다. 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에 천문학적 예산이 들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전 정부에서 태양광에 쏟아부어서 (낭비한 혈세가) 2600억원 정도 나왔다”며 “이미 그렇게 세금이 낭비되고 있었는데 물론 800억이 작은 돈은 아니지만, 앞으로 외빈들이 와 국가 행사를 해야할 곳을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 자체를 문제 삼기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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