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오겜' 팀..황동혁 감독 "이제 시즌2 집필에 매진"
“주변에 ‘에미상 한번 가보자’고 말하긴 했었죠.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상을 받아서 에미상이 아직 어떤 한국인도 받은 적 없는 상이 됐으니까요. 그런데 이 정도로 큰 성공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스스로도 큰 기대 없이 외쳤던 ‘에미상 한번 가보자’는 말은 1년 만에 현실이 됐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 시상식(Emmy Awards)에서 6관왕을 달성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하 ‘오겜’) 황동혁 감독의 이야기다.
비영어 작품 최초로 에미상을 석권하고 금의환향한 ‘오겜’ 팀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장에서 못 다 이야기한 소감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감독·여우게스트·시각효과·스턴트·프로덕션디자인 부문 수상의 주인공들이 모두 참석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이정재는 자신이 연출한 영화 ‘헌트’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참석해야 해 함께하지 못했다.
다만 이정재는 미리 촬영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수상자로 불리던 순간) 아주 짧은 0.1초 사이에 ‘내가 맞나? 아닌가?’ 하는 생각이 세 번은 지나간 것 같다. 여전히 얼떨떨하지만 많은 동료들의 축하 문자에 감사 답장을 쓰다 보니 조금씩 실감이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같은 회사인 배우) 정우성씨와 다음 작품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K콘텐트 인기 비결?…“우린 항상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이날은 지난해 9월 17일 공개된 ‘오겜’의 1년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이기도 한 만큼, 지금까지의 성과를 이룰 수 있던 이유와 앞으로 K콘텐트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황 감독은 “외국 분들이 ‘K컬처가 갑자기 부각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을 때마다 제가 드린 대답은 ‘우린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항상 작은 반도에 갇혀 만족하기보다 어떻게든 해외로 나가려 노력하는 나라다. 이런 다이내믹한 사회 속에서 생산되는 콘텐트들이 치열한 사회 문제점을 반영하기 때문에 전 세계의 사랑을 받게 된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오겜’을 제작한 싸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는 “제 경험으로 보면 ‘K콘텐트를 육성하자’와 같은 의도를 갖고 달려가는 순간 오히려 잘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오히려 창작자들에게 많은 기회와 인내심을 내주며 유무형의 자본을 투자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경선 미술감독도 창작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자유’를 꼽으며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고, 넷플릭스에서 많은 지원과 자율성을 준 덕분에 무한하게 창작할 수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미술·VFX·스턴트도 빛난 수상, “보이지 않아도 응원해달라”
특수시각효과(VFX), 스턴트 등 무대 뒤에서 콘텐트를 완성하기 위해 애쓴 분야의 수상자들은 어려운 현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오겜’의 VFX를 작업한 걸리버스튜디오의 정재훈 슈퍼바이저는 “VFX는 대부분 컴퓨터가 그리는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컴퓨터는 도구일 뿐이고 많은 아티스트가 고생하며 작업하는 노동 집약적인 분야기도 하다”며 “개발 인력이 게임과 같이 돈 되는 곳에 몰리다 보니 VFX 쪽은 힘든 게 사실이다. 이런 부분에 지자체나 국가의 지원이 있어 고급인력이 늘고,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 스턴트 배우 사상 처음으로 국제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베스트스턴트 팀’의 이태영 무술팀장은 “300명 정도 되는 스턴트 인력이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많은 콘텐트에 참여하고 있다. 적은 수 대비 퀄리티가 높다고 자부하고, 한국의 그 어떤 스턴트인을 세계에 내놔도 절대 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할 테니 그 이면에 있는 저희도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즌2,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에 문제 제기”
2024년 공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오겜' 시즌2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지만, 황 감독은 최대한 함구했다. 다만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에 대해 답을 내놓기보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야기일 거라는 큰 방향에 대한 힌트만 귀띔했다. “기후 재앙이 눈앞에 닥치는 등 세상이 점점 살기 힘들어져서 어떤 사람들은 이러다가 정말 몇십 년 안에 세상이 다 끝날 텐데, 선거고 정치고 왜 필요하냐고 얘기하는 사람들까지도 있더라.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이걸 조금이라도 늦추거나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문제 제기는 정치가뿐 아니라 많은 콘텐트 제작자들이 하고 싶어 한다. 시즌2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수상하지 못한 상 중 가장 아쉬웠던 상으로 작품상을 꼽으며 “마지막에 팀이 다 같이 올라갈 수 있는 순간을 바랐는데, ‘S’로 시작하는 수상자가 ‘스퀴드(Squid)’가 아니라 ‘석세션(Succession)’이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한 황 감독은 이날 마지막 인사로 “1년 여정의 마지막에 모두 함께 주목받을 기회가 왔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말을 남겼다. “보통 모든 관심이 주연 배우나 감독한테 쏠리는데, 참 고맙고 다행스럽게도 스태프 부문 시상식이 먼저 열려서 좋은 소식이 들린 게 제일 좋았다”는 것이다.
황 감독은 그러면서 “이제 빨리 이 즐거움과 행복을 떨쳐버리고 집필 작업에 매진하려 한다. 지금도 한창 글을 쓰다가 리듬이 깨져서 빨리 돌아가야 한다”며 “2년 후에 나올 시즌2도 많이 기대해 달라. 기다리시는 분들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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