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용감한 한 여성이 스토킹 살인범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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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 이틀 전(14일) 역 여자화장실에서 사망한 20대 여성 역무원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하고 애도합니다. 그리고 분노합니다. 그저 살고 싶은, 안전하게 일하고픈 모든 여성들과 연대합니다.""안전해야 할 일터에서 너무 슬프고 무섭고 황당합니다. 하루하루를 또 살아남아야 하는 여성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항상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발 안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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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기자]
▲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사망한 20대 여성 역무원을 추모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 최윤희 |
"추모하고 애도합니다. 그리고 분노합니다. 그저 살고 싶은, 안전하게 일하고픈 모든 여성들과 연대합니다."
"안전해야 할 일터에서 너무 슬프고 무섭고 황당합니다. 하루하루를 또 살아남아야 하는 여성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항상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발 안전하길 바랍니다."
지난 14일,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사람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30대 남성 전아무개씨였다. 전씨는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었고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이같은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시민들이 신당역을 찾아 추모글을 남기고 있었다.
일부러 신당역을 방문했다는 남아무개씨(24, 여)는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접착식 메모지에 "그곳에선 부디 두려움 속에 떨지 않기를 빌어요"라고 적었다. 그는 "남 일 같지 않아서 왔다"고 했다. 남씨는 "과거에도 여성혐오 범죄가 많이 발생했는데, 여전히 예방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게 안타깝다"라며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비가 내리는 데도 이어지는 추모의 발길 |
ⓒ 최윤희 |
▲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 ‘시민이 참여하는 추모의 공간’ |
ⓒ 최윤희 |
추모 현장에 한참을 서서 다른 이들이 남기고 간 글을 보고 있던 이아무개(20, 남)씨도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현장에 방문했다"라며 "더이상의 혐오 범죄를 막기 위해서 이 공간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죽음이 반복되는 상황이 너무나 개탄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용감한 한 여성이 스토킹살인범을 잡았습니다."
이아무개(23, 여)씨는 포스트잇에 이렇게 적었다. 피해자가 죽음의 순간에도 비상벨을 눌러 피의자를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다. 피해자가 살해당한 장소인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에도 시민이 참여하는 추모의 공간이 마련됐다.
이곳에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언급하는 추모글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강남역 사건 이후 바뀐 게 없다는 사실이 한탄스럽다. 그대를 기억하고, 이 사건을 기억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한국이 여성 안전, 여성 인권을 대하는 태도는 얼마나 바뀌었습니까. 언제까지 여성 개인이 '조심'해야 합니까. 언제까지 나쁜 남자 한 명의 문제로 축소할 겁니까."
신당역을 찾은 시민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조심하며 불안해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신당역을 찾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은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라며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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