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전국 지휘부에 "피해자 보호 대응 고도화하라"(종합)

조성필 2022. 9. 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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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휘부 워크숍서 긴급대책회의
윤희근 경찰청장이 16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지휘부 워크숍에서 여성안전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스토킹 등 범죄피해자 보호 관련 경찰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16일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과 관련해 전국 경찰지휘부에 "피해자 보호 등 경찰의 대응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라"고 주문했다.

윤 청장은 이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개최된 '전국 경찰지휘부 워크숍'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관련기관과 협력을 통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며 이같이 당부했다. 워크숍에는 윤 청장을 비롯해 전국 시·도경찰청장, 경찰서장 등 650여명이 참석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박정보 서울청 수사차장, 김성종 서울청 수사부장 등은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 수사 관계로 참석하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신당역에서 발생한 역무원 살해 사건과 관련한 스토킹 등 범죄 피해자보호 분야 경찰 대응 개선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청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건을 면밀히 살펴보고 현행법상 가능한 유치장 유치(제4호)를 포함한 잠정조치를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또 "현장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재 시행 중인 '스토킹 처벌법'상 미비한 내용을 검토하고 긴급응급조치 불이행 시 과태료 처분을 형사처벌로 상향하는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향후 스토킹 신고 대응체계와 피해자 보호 조치사항 등 정책을 점검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다각적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윤 청장은 "워크숍에서 논의된 주요 제안 등을 정책으로 구체화할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달라"며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경찰지휘부가 '실력 있고 당당한 경찰, 국민이 신뢰하는 안심공동체'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전날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부경찰서를 찾은 자리에서도 "피해자 보호 등과 관련된 제도적 문제점과 개선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에게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주문하면서 "피해자 보호에 경찰뿐만 아니라 관련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A씨가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앞서 경찰은 신변보호 대상 여성이나 그 가족을 살해한 김태현, 이석준 사건 이후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여러 현장 대응 체계를 손질했다. 신변보호 112시스템 등록,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를 비롯해 스마트워치 지급이나 연계 순찰 등의 개선책이 쏟아졌다. 지난해 김병찬 사건 이후론 현장 대응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피해자의 위험 등급을 3단계로 구분해 안전 조치를 하기로 하는 등 대응 세분화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은 이 같은 개선책들의 한계를 시사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8일부터 1달 동안 신변보호 112시스템 등록 조치를 받았다. 같은 달 7일 피해자가 이 사건 가해자인 A씨를 성폭력범죄 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다음 날부터였다. 경찰은 이 기간 위험도를 확인했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고, 피해자 또한 112시스템 등록 기간 연장을 원하지 않아 안전조치를 11월 초 해제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후 올해 1월 피해자가 A씨를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소를 했을 때도 추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피해자가 안전조치를 원하지 않는데 경찰이 강제할 순 없다"며 "위험도가 높으면 조처를 할 것을 권고밖에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A씨가 살해 범행을 저지르기까지 10개월 동안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도적 장치가 피해자 중심으로 맞춰져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가해자에게 가할 수 있는 제재가 사실상 하나도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너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르다 보니 일종의 잠재적 범죄자에게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물리적 제재 방안이 부재돼 있다"라며 "스토킹 보복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경찰력이 예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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