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신임 검찰총장 "법집행에 예외·성역 없어"… 한비자 '법불아귀' 인용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16일 취임사를 통해 '성역 없는 검찰권 집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이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15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제45대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이라는 구절을 언급하며 "법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으며, 검찰권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행사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지난 5월 총장 직무대리 시절 대검 월례 간부회의에서도 같은 구절을 언급하며 검찰권 행사에 있어서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간부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그는 취임사 서두에서 "많이 부족한 제가 검찰총장이라는 어려운 직책을 맡게 돼 영광스러운 마음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라며 "해야 할 일은 많고 가야 할 길도 멀지만, 검찰구성원 여러분이 함께 있어 용기를 얻고 닻을 올려 출항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를 언급하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자연상태'를 뛰어넘어 국민의 생명·신체·안전·재산 등 기본권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우리 공동체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바로 검찰의 '존재이유'이며 검찰이라는 '업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결국, 우리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검찰권'을 '국민을 위해', '바른 방법으로' 행사해야 하는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라며 ▲보이스피싱·전세사기·펀드사기 등 민생 침해범죄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성폭력, 스토킹, 가정폭력과 같은 아동·장애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금융·증권범죄 ▲국가의 재정을 좀먹고 예산을 낭비하는 구조적 비리 등에 대한 수사에 검찰의 수사역량을 집중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적극 지원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박탈함으로써 '범죄는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라면서도 "다만, 수사와 재판의 모든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절차적 정의를 지키면서 절제의 덕목 또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을 '자기이익(Self-Interest)'의 추구로 본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언급하며 "검찰 구성원의 직업과 일 역시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고 생활을 영위토록 하는 '고단한 밥벌이'지만 공직자는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일'이 곧바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공익'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보람을 얻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일은 곧바로 국민의 일이다"라며 "공직의 가치는 바로 그 곳에 있고, 공직이 영예로운 이유 역시 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흔들렸던 검찰 조직의 재정비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재정립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총장은 "여러 해 동안 검찰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과 함께, 검찰의 잣대가 굽었다 펴졌다를 거듭했고, 검찰구성원의 자긍심과 명예가 흔들렸다"라며 "그 과정에서 정작 범죄와 부패에 대한 대응은 소홀하게 되고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또한, 손잡고 협력해도 부족한 여러 형사사법기관과의 관계도 제자리를 찾도록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주어진 환경과 조건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라며 "눈에 보이는 제도나 권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헌신하겠다는 우리의 뜻과 의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겸손'과 '소통', 그리고 국민의 신뢰 회복을 당부했다.
이 총장은 "일을 하는데 있어, 최소한 법에 맞게, 다음으로 세상의 이치, 상식에 맞게, 마지막으로 사람 사는 인정(人情)까지도 헤아리는 겸허한 검찰인이 되도록 노력하자"며 "검찰구성원 서로가 동료의 말을 귀담아 듣고,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 양성평등의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본과 초심으로 돌아가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면서, 정성과 전력을 다하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 믿고 있다"라며 "국민의 신뢰 없이는 단 한순간도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어두운 방안에 홀로 있어도 부끄럽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장은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정의와 공정에 대한 검찰구성원들의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자 바람막이가 되겠다"라며 "기본을 바로 세우면 길이 열릴 것이다. 우리 모두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이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취임식에 앞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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