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승룡 "야속한 남편 연기했지만, 아내와 매일 뽀뽀해요"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류승룡(53)이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로 올가을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보컬 레슨부터 안무 연습을 거쳐 촬영까지 13개월이 걸렸다. 오랜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았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룡은 "우리 아빠 엄마, 옆집 아저씨가 부르듯이 편안하게 봐달라"며 "클래식 뮤지컬이 아닌 주크박스 형식을 통해 문턱을 낮추고 친숙하게 다가가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과 마지못해 함께 전국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이 우리 인생을 노래하는 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다.
'스플릿'(2016)·'국가부도의 날'(2018)을 연출한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첫사랑·우정·가족애를 통해 보편적 공감을 이끈다.
아내의 첫사랑을 찾아 나선 진봉으로 분한 류승룡은 저음의 목소리로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에코브릿지 &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등을 매력 있게 소화한다. 그는 "꾸준히 보컬 레슨을 받고 녹음까지 13개월이 걸렸다. 춤은 체육관이나 연습실에 모여 연습하면서 준비했다"고 떠올렸다.
"향수가 진하게 느껴졌어요. 고(故) 김현식 가수가 돌아가셨을 때 길거리에서 온통 '내 사랑 내 곁에'가 흘러나오던 기억이 떠올랐죠. '미인'을 부르는 장면은 서울예대 연극과 동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제 의견으로 완성됐어요. 과거에 아크로바틱 훈련을 함께한 동기들이죠.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배우들, 교수들과 어벤져스처럼 만들었어요. 다들 50대인데, 함께 삐걱거리면서 완성했어요. 저만 늙게 보일 수 없잖아요.(웃음) 영화 보는데 울컥하고 좋더라고요."
영화 데뷔 전, 뮤지컬 '난타'의 초기 멤버로 활동한 공력도 빛난다. 류승룡은 "20대 때 발레, 한국무용, 탈춤, 무술 등 신체훈련을 오래 했고, '난타'도 오래 한 경험이 자양분 됐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초독에서의 직관적인 느낌을 믿는다는 류승룡은 '인생은 아름다워' 출연 역시 단숨에 결정했다고. 그는 "웃다가 울다가 흥얼거리다가 누군가 생각나기도 하고. 가슴을 다리미로 덴 것처럼 따끔거렸다. 건강한 한숨이 나오면서 잘 만들고 싶었다. 소중한 사람,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돌이켜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됐다"고 떠올렸다.
류승룡은 현실을 찢고 나온 것처럼 야속한 남편으로 분하지만 실제로는 '사랑꾼'이다. 그는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웃었다. 현실에서는 사랑 표현도 많이 하는 남편이라고.
"걱정하거나 해결되지 않을 이야기를 제외하고 미주알고주알 말해요. 두 아들과 밥 먹고 치우고 쓰리게 버리는 담당을 정해서 하고 있어요. 엄마 말 안 들으면 '내가 사랑하는 여자, 아프게 하지 마'라고 하거든요. 아내와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면 뽀뽀해요. 아들과도 하고요. 좋으면 좋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해요."
좋은 부부란 어떤 관계일까. 류승룡은 "동지처럼, 좋은 친구처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이"라고 답했다. 이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데 10년이 넘었다. 그런 부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견고해지는 게 아닐까. 지금은 좋은 친구이자 동지로서 서로 기대며 산다"고 했다.
버킷리스트 1번으로 가족여행을 꼽을 만큼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류승룡은 "첫째 아들이 고2인데 수능 끝나고 발표 직전에 가족들과 여행 가고 싶다.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호주, 뉴질랜드에서 대자연과 은하수, 오로라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과 몽골 여행이 인상적이었다는 류승룡은 "몽골에서 저를 많이 알아보고 사인, 사진 요청을 받았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넷플릭스 '킹덤'을 보셨다더라. 밥 먹을 때도 많이 알아봐 주셔서 행복했는데, 이를 지켜보던 큰아들이 안아주면서 '아빠 힘들겠다'고 하더라. 아빠가 연예인이어서 좋지만 힘든 점도 많이 보면서 이해해준다"고 전했다.
9월 말 개봉을 앞둔 류승룡은 "관객 마음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여름 시장도 그렇고, 예측할 수 없다. '탑건'이 여전히 관심을 받고 있는데, 정말 잘 만들고 정직하고 재밌어야 선택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여러가지가 흐름을 주도할 수 있었지만, 이젠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를 정성껏 만들면서 느낀 행복, 웃음과 눈물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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